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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따라잡기-7] "앙팡 테러블"

언제나 '불후의 명작' 꿈꾸는 완벽주의자

오만하고 두려운 인물

IT 역사가들에게 비쳐진 스티브 잡스는 그야말로 극과극을 오가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아이폰/아이패드의 성공과 시가총액 최고의 실리콘밸리 기업으로 등극한 애플의 반전드라마 때문에 잡스에 대한 가시돋힌 공격들이 많이 수그러들긴했다.

하지만 30년전 잡스는 화려한 언변의 실리콘밸리 록스타이자 동시에 영락없는 "앙팡테러블"이었다. 이같은 측면은 잡스의 매니지먼트 스킬의 일부이기도 하다. 오만방자에 극악무도한 성격의 소유자로 직원들에겐 두려움과 카리스마의 존재로 느껴졌을게 분명하다.

매킨토시 개발의 아버지와도 같았던 제프 러스킨은 81년 초대 애플 CEO 마이크 스캇에게 잡스가 매킨토시 개발에 합류해선 안되는 10가지 이유를 적어 보냈다.



1.회의시간에 제때 나타나는 법이 없다. 2.생각없이 일부터 저지른다. 3.직원들의 공로를 무시한다. 4.인신공격부터 한다. 5.마치 시혜를 배풀듯이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린다. 6.직원들의 말문을 끊어버린다. 7.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8.권위만 앞세워 결론을 내린다. 9.혼자서 데드라인을 정해버린다. 10.책임감도 없고 성의도 없다.

이 메모 때문에 결국 러스킨은 해고 당했고 마이크 스캇 역시 잡스와 대립각을 세우다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러스킨의 메모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다.

잡스 혐오세력들에게 더 신나는 안주거리들이 많다. 애플시절 잡스는 새로운 직원을 인터뷰한답시고 대놓고 "섹스는 해봤냐 동정남 아니냐"고 묻질 않나 "마약은 해봤냐"고 까지 몰아붙였다. 직원들이 며칠밤을 세워 짜낸 프로그램을 자신있게 보여주면 "쓰레기잖아"라고 면박주기 일 쑤였다.

사내에서만 그런게 아니다. 경쟁자들과 경쟁제품을 공개석상에서 "멍청한 것들"이라고 비하하질 않나 "멋대가리라곤 조금도 없군"이라며 코웃음을 쳐버리니 놀부심보가 따로 없다.

10년전 아이북 신모델 개발을 앞두고 어느날 디자인팀에게 "색은 화이트야 화이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라고 했던 잡스가 한달후 똑같은 디자인팀을 모아놓고는 "화이트는 아냐…블랙이 최고야"라고 뒤집어버리니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게 아니다.

한편 애플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잡스가 절치부심끝에 세운 NeXT와 Pixar를 운영하면서도 달라진 점은 별로 없었다. 잡스는 여전히 거칠게 없었고 여전히 완벽주의자였으며 여전히 "앙팡테러블"이었다. 가장 중요하게는 자신이 하면 무엇이든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무모함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빌 게이츠와의 차이점

게다가 컴퓨터 세상은 소용돌이의 복마전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잡스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최고의 컴퓨터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시애틀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동물과도 같은 감각으로 컴퓨터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때부터 숙명적인 라이벌 관계로 발전했고 전세계 테크업계의 관전포인트로 부상했다.

잡스와 마찬가지로 게이츠 역시 신세대 젊은 경영인이자 컴퓨터 운영체제 DOS를 개발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벤처신화의 주인공. 하지만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었다. 잡스가 역작을 만들기 위해 예술가와 같은 혼을 불어 넣고 있을때 게이츠는 제아무리 잘 만든 컴퓨터라해도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깡통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게이츠는 자신이 만든 DOS가 모든 컴퓨터에 장착되는 것을 꿈꿨고 그러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시장장악이 먼저라는 사실을 영악하게 수행 중이었다. 잡스와 달리 게이츠는 변호사 부모하에 유복한 성장기를 보냈지만 경쟁에선 절대 질 수 없다는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친 젊은이였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84년 잡스를 만나기 위해 애플본사를 찾아간 게이츠는 그곳에서 매킨토시를 처음 보고 놀라움에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개발한 DOS는 GUI기반의 매킨토시 앞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이츠는 그날 밤 잡스의 비위를 맞추며 붙잡고 늘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에서 작동하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통사정을 한 것이다. 여유만만했던 잡스는 게이츠의 달콤한 아부에 넘어가 매킨토시 프로토타입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게이츠는 곧바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에 착수해 "Windows"라는 운영체제를 만들어낸다. 매킨토시만큼 세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었다. 잡스가 NeXT Cube라는 역작을 만드는 사이 또 잡스 없는 애플에선 매킨토시만 믿고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하는 사이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즈 운영체제는 전세계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미 장악해 버리고 말았다.

뛰어난 심미안 소유자

잡스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88년 NeXT의 신제품 개발와중에 IBM이 잡스를 방문했다. 당시 데스크톱 시장에서의 운영체제는 여전히 텍스트 기반의 DOS였고 잡스는 NeXT 제품을 위한 유닉스 기반의 GUI 운영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NeXT 운영체제는 객체지향형(Object Oriented) 기반 프로그램으로 역시 매킨토시를 개발한 잡스답게 테크월드를 선도하는 창조적인 작품이었다.

전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 IBM 이었지만 퍼스널 컴퓨터를 위한 운영체제가 없었기에 시장지배력은 약화되고 마이크로소프트에 질질 끌려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호주머니 바닥나겠다는 생각에서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잡스를 찾아온 것이었다.

당시 NeXT와 IBM이 연합했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즈 운영체제하의 데스크톱 시장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했을 것이란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잡스에겐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 애플을 창업한 이래 사업가로서 두번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잡스는 IBM을 혐오했다. 그냥 강자가 싫었다. 스스로 강자가 될 수 있는데 굳이 쓰러져가는 공룡기업 IBM과 손잡을 필요가 없다는 자만심에 빠져있었다. 기라성 같은 IBM 임원들과의 연쇄미팅에서 잡스는 여지없이 자신의 오만방자함을 드러냈다. IBM의 제의에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으며 시간을 끌었다. IBM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잡스는 "10페이지가 넘어가는 계약서엔 사인할 필요가 없다"며 제안서를 돌려보냈다.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찬 것이다.

90년대초까지 잡스의 족적을 살펴보자면 이처럼 천방지축 개성이 스스로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고 평가하는 IT 역사가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성격을 놓고 완벽주의자들의 일면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잡스는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태웠고 직원들에겐 누구도 넘볼수없는 불후의 명작을 남기라고 독려했다. 특히 제품 디자인 관련해 잡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심미안을 소유했다. 이런 잡스의 DNA가 베어있는 애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창업정신"으로 똘똘 뭉친회사라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중견 사업가 잡스는 여전히 철부지 무모함과 배타적 자신감으로 인해 더 깊고 어두운 심연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정필
전직언론인
디지큐브대표
블로그 www.jpthegreenf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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