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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의 오페라 일기-9] 무대 위의 마술

-현대 오페라 '프랑켄슈타인' 을 공연하며-

현대 오페라 연습이 한창이다. 뉴욕시립오페라단에서는 매년 젊은 현역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10편 정도 선정해 연주를 하는 시리즈가 있다. 이번 해에는 나도 참가하게 됐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대작을 쓴 19세기의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의 이야기를 소제로 한 오페라이다. 이 곡은 2002년 재즈 기타를 전공한 앨런 제피가 작곡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현존하는 작곡가의 오페라를 제대로 연주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작곡자와 함께 참여하는 연습을 하며 색다른 경험을 만들고 있다.

모차르트도 푸치니도 본인들 살아 생전에는 혹평을 받던 작품도 그들이 세상을 뜬 후에 열광적으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있는 것처럼, 비록 지금은 감동을 주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닌 게 많은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메리 셸리를 맡았는데 쉽지는 않다. 작곡자가 재즈 음악의 배경이 있어서인지,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리듬이 상당히 많다.

4박자와 5박자가 엇갈리면서 계속 반복되는데, 어는 순간에는 피아노도 지휘자도 다들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몽땅 놓친 적도 몇 번 있었다. 지난 주말에 제대로 맘먹고 박자를 완전히 외워서 갔더니, 작곡자가 시원스럽게 칭찬을 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는 것이라 한 주말을 완전히 헌신했노라”고 고백했더니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현대 음악은 과거의 음악과는 색다른 것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새로운 소리, 리듬, 소재, 아이디어가 늘 시도된다.

영국 출신인 메리 셸리의 발음을 따라 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녀가 쓴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괴물인 프랑켄슈타인이 실제로 자신의 삶을 서서히 지배한다는 아이디어도 흥미롭다. 이번에 지휘를 맡은 카젬은 젊지만 재능이 많은 것 같다.

간혹 실력이 있는 냉철한 지휘자들이 성격적으로는 괴퍅한 사람이 많은데, 카젬은 자신이 간혹 실수할 때면 먼저 인정하고 슬쩍 웃으면서 넘어가는 귀여운 재치가 있는 것 같다. 연습 반주를 맡은 빌은 뉴욕오페라단에서는 오래된 베테랑 반주자이다. 늘 털털하게 웃지만, 악보를 대할 때만큼은 빈틈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개인 연습을 할 때 보면, 자신의 반주 박자도 보통 헷갈리는 게 아닌데, 내가 노래하는 부분까지 코칭을 해내는 것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내일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하고 이번 토요일에 연주를 한다. 오늘은 피로가 쌓여 목소리가 시원찮게 나와 연습 내내 소리를 못냈는데도, 작곡자 앨런은 여전히 흥분되어 있다.

이번 연주는 콘서트처럼 연기 없이 그냥 서서 악보를 보고 음악만 연주한다. 함께 만들어내는 이야기 노래, 이것이 오페라다.

처음 악보가 탄생된 이후로 악기들이 소리를 만들어 내고, 가수들이 가사를 읽고, 지휘자가 박자를 저어가며 요리해 내는 것, 이 작업은 정말 매력적이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등산하고 최정상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면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혀내는 그런 통쾌함이랄까? 지휘자가 마지막 비트를 젓고 난 후 팔을 내리며 관중에게서 박수가 나오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이 보상 받는 것이다.

함께 준비하고 같이 즐겨준 사람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와 하는 그 순간인 것이다. 비록 조금씩 실수하고 원하던 만큼 연주를 못했다고 해도, 마지막 코드가 울려 퍼진 이후로는 모든 게 용서되고 받아들여지는 무대 위의 마술이 시작된다고 할까? 즐거운 5월의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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