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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 "왜관에 베트남전 고엽제 묻었다" 파문, 1978년 경북 캠프 캐럴 기지서

당시 근무자 3명 방송서 증언
한국 당국 "환경조사 벌일 것"

주한 미군이 1978년 한국의 미군기지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KPHO-TV는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근무한 적이 있는 주한미군 3명의 이 같은 증언내용을 방송했다. 캠프 캐럴은 지난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일대에 조성됐다.

이 방송에 따르면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는"1978년 어느날 도시 한 블록 규모의 땅을 파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장 물체는 밝은 노란색이거나 밝은 오렌지색 글씨가 써진 55갤런짜리 드럼통들이었으며 일부 드럼통에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우스 씨는 설명했다. 드럼통 안에 든 물질은 '에이전트 오렌지'로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고엽제를 지칭한다.

당시 하우스 씨와 같이 복무했던 로버트 트라비스 씨는 창고에 250개의 드럼통이 있었으며 이 드럼통을 일일이 손으로 밀고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현재 웨스트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트라비스 씨는 실수로 드럼통에서 새어나온 물질에 노출된 후 온몸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 등 건강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고엽제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게릴라전을 막고 군량 보급을 차단할 목적으로 밀림에 대량 살포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한국 환경부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 캠프 캐럴 주변 지하수나 하천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환경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주한미군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미군측은 과거 저장 이력 등 관련 자료를 조사 중지만 아직까지는 해당 기록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전문가들은 미군의 고엽제 매립이 사실일 경우 토양과 지하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미 정부에 책임 물어야"
한인사회 비난 목소리


지난 1978년 전직 주한 미군들이 한국 땅에 고엽제 55갤런을 묻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인사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히 월남전에서 고엽제로 인해 사망했거나 큰 피해를 입은 한인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 미국지부의 피터 성(65) 지부장은 1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군이 한국땅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며 "미국 시민권자이기는 하지만 미군이 저지른 행위는 매우 야비한 짓"이라고 분노했다.

황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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