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마음 터놓을 대상없어 늘 외로운 사람들, '홀몸노인들' 우울증 많다
타인 호의·도움 두려워해
외로워도 감정 표현 자제
41%는 "나는 친구가 없다"
# LA다운타운 인근 한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강창희(88)씨는 자주 오지 않는 네 자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바쁘니까 당연하다는 것. 하루의 반 이상을 바둑 두는 것에 쓴다. 4년 전 아내를 먼저 보낸 강씨는 "늙어서 혼자 살면 외롭고 불편한 것은 감수해야 한다"며 "그나마 헬퍼가 있어 요리는 신경 안 쓴다. 문제는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홀몸노인'에게 친구는 없다.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는 혼자 사는 노인 스스로 외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더욱 고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 카운슬러는 "홀몸노인들의 상당수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지만 당사자들은 그 심각성을 모른다"며 "최근 자녀가 부모에게 대화상대를 만들어 주려 상담을 권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실생활에선 노인들이 편히 마음을 터 놓을 상대가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대화상대도 없지만 친구를 만날 기회는 더욱 부족하다. 마음을 쉽게 터놓지 않는 홀몸노인에겐 언어.문화.금전.거리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웨스턴양로병원의 이명희 코디네이터는 "누구와 함께 싸우고 욕할 기회도 없다"며 망연자실한 분들이 많지만 홀몸노인들은 타인의 호의나 도움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어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며 "일부 노인들은 외롭다는 말을 꺼내지 않으려 감정표현을 삼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자식이라도 항상 '잘해준다' '착하다' '용돈 많이 준다' 등 끊임없이 자랑을 늘어놓아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2009년도 한국 노인학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6745명 중 41%가 '친구가 없다'고 답했으며 친교활동에 전혀 참가하지 않는 비율도 25.8%에 달했다. 또 홀몸노인이 자녀와 만나는 빈도는 '주 1회 이상'이 69.5%로 가장 많았지만 8.6%는 3개월에 1번이라고 답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외아들 내외와 만난다는 김정례(84)씨는 "자주 와달라고 말하면 부담될까 말 못한다"라며 "이제 손자들도 제 할 일 있다고 찾아오길 꺼리는 것 같다.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인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다.
구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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