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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사고 한달여…용의자는 못잡고 밀린 병원비는 그대로지만, 피터 윤군 "이젠 내일의 희망을 노래할래요"

도움 준 수 많은 엄마·아빠들
얼굴도 모르지만 정말 감사
실망 안시키려 최선 다할 것

'괜찮아?'란 한마디는 희망을 선물했다.

이제 피터 윤(18)군은 내일을 이야기한다. LA한인타운 뺑소니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그는 "사고났던 날은 잘 기억이 안 나요. 글쎄 왜 제가 간식 사러 약국(CVS)에 갔는지도 모르겠다니까요(웃음)"라며 슬쩍 누나를 바라본다. 사고 소식을 듣고 버지니아 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누나 소냐(22)씨는 그의 유일한 혈육. 이 세상엔 오직 둘 뿐이다.

윤군은 지난달 12일 새벽 6가와 웨스턴 교차로에서 차에 치여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윤군은 머리에 피가 고여 수술마저 여의치 않아 모두를 걱정케 했다. 너무 건강해 보인다고 하자 윤군은 "의사들이 다 놀랐어요. 저처럼 회복이 빠른 환자도 드물다고. 하늘이 도왔죠"하며 밝게 웃는다. "넌 앞으로 (도와주신 분들께) 갚아야 할 게 산더미야"라며 누나도 웃는다.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얘는 사경을 헤매는데 병원비는 계속 쌓이고. 그때만큼 엄마 아빠가 그리웠던 날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뺑소니 용의자는 아직 잡히지 않았고 밀린 병원비도 그대로다. 마비된 일부 다리 신경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는지 느낌이 없다. 하지만 윤군은 계속 웃는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 아빠가 도대체 몇 명인지 모르겠어요"라며 운을 뗀 윤군은 자신을 도와준 엄마 아빠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단다. 그토록 자신이 사랑받는 사람인지 미처 몰랐다고도 했다. "공부엔 자신이 없는데… 제가 기계는 좀 다룰 줄 알아요. 기계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찾아야겠죠?" 윤군처럼 지난 3년간 학비를 벌고 있던 누나도 이번엔 꼭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하고싶은 공부는 재활의학. "제가 고쳐주려고요. 제 동생이잖아요."

17일 오후 위스파는 윤군 남매에게 자유 이용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 회원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다리 재활치료엔 찜질만큼 좋은 것이 없다면서 스파측을 귀찮게 했단다. 참 감사한 분이다.

제대로 걷지못하는 게 쑥스러운지 윤군은 깁스를 만지작거렸다. 가끔 다리를 꾹꾹 누르기도 했다. 그러다 툭 누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잘 전해달란다. 어눌한 한국말이 부끄러운 듯 했다.

"(그동안 사람을 못 믿었다며) 사람은 믿어야 하는 거죠? 엄마 아빠들이 그렇게 가르쳐줬어요."

구혜영 기자 hyku@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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