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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믿음의 계산법

김두진 바오로/예수고난회 신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많은 분들이 제게 물어 옵니다. 물론 이 질문에 할 수 있는 대답은 수 천 가지나 있지만 그분들이 원하는 대답은 아닐 것 같아 그냥 미소로 답합니다. "하느님이 안계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은데"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말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예수님 시대에도 이 말씀을 이해 할 수 없어 그분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분의 제자들까지도 이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생각의 틀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씀입니다. 아니 발상자체가 무리이고 무모함이 되겠지요. 어찌 사람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실 수 있단 말입니까? 영원히 살 사람도 없고 살아 본 사람도 없는데 영원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말이겠습니까?

먹지도 못할 살 또 마시지도 못할 피 그리고 살지도 못할 영원!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기에 우리가 그분을 떠난다면 예수님 시대의 그분을 떠난 그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해될 수 없어 그분을 떠나고 우리가 가진 신앙을 버린다면 말 그대로 모래위에 지은 집과 같은 신앙입니다.

이해되어지는 것만 믿는 것이 신앙라면 그 믿음은 너무 작습니다.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믿는 것이 큰 믿음입니다.



타산적인 계산이 믿음을 말함이 아닐텐데 많은 사람들은 믿음 앞에서 주저거립니다. 이해가 되고 타산이 맞으면 얼른 믿을 수 있는데 이해도 안 되고 타산도 안 맞으니 믿음 앞에서 주저할 수 밖에요. 확신이 없어 안 믿고 싶은데 혹시나 하는 가정 아래 또 주저하게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지근한 태도로 하느님을 믿지도 그렇다고 안 믿지도 않습니다.

적당한 이유를 들어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으며 중간에 적당히 자리 잡은 신앙인들이 점점 많아짐은 타산적인 계산에 의한 신앙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믿음은 어떤 의미에서 온전한 투신이고 포기입니다. 모두 이해되어지는 것이 믿음이라면 차라리 그 믿음을 버리십시오. 사랑을 끝까지 이해 못하는 것처럼 믿음도 끝까지 이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믿음은 '적당한' 투자가 아닌 '온전한 투신'이어야 합니다. 적당히 중간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타산적 계산이 아닌 온 몸을 바치는 투신이고 몸을 사르는 열정이어야 합니다.

믿는 것보다 더 단순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믿음을 키우는 것이란 이해와는 상관없이 단순함으로 그분께 투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학도 과학도 하느님의 존재를 명쾌하게 풀어낼 수 없지만 우리가 가진 믿음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확신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매우 단순합니다.

우리의 생활 안에서 그분의 말씀이 살아계심을 믿을 때 그분을 체험을 하게 되고 이런 체험들을 통해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드려지게 것은 차치하고라도 신앙을 통해서 기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하나로도 충분히 신명 나는 일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내가 사람을 믿는 이유도 내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내가 기쁠 수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요? 내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도 내 귀로 직접 그분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그분의 모든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저 믿고 사는 이유도 그분께서 주시는 기쁨 때문이라면 너무 단순한 설명일까요? 사람을 믿고 하느님을 믿는 것은 분명 틀린 것이겠지만 사람을 믿는 것에서 하느님을 믿는 믿음을 배울 수 없을까요? 이해 될 수 없는 사랑을 나누며 절대 이해 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것은 또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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