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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심사평- 수필 부문…우열 가리기 힘든 수준작 통해 이민 문학 내일 기약

수필을 흔히 '붓 가는 대로 쓰는' 가벼운 문학장르로 인식하고 있지만 문학적 품격이 있는 좋은 수필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수필을 쓰는 이나 수필을 사랑하는 이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필은 제재 문체 형식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지만 그래도 일종의 내적 형식을 유지해야 하고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올바르게 정리되어야 하고 그 메시지를 전달할 제재와 형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편의 짧은 수필 속에는 글쓴이의 혼과 사유와 철학이 배어있어야 할 것이다.

이필순의 '25초간의 걸음마'는 아들과 함께 눈 속을 걸어가는 짧은 순간의 감회 속에 필자의 생애를 녹여 넣는 통찰력이 돋보였고 붓글씨라는 제재와 맞물려 작품을 승화시키는 기교가 흥미로웠지만 그 정서를 지나친 미문으로 표현하려고 애쓴 작의가 거슬렸다.

김연아의 '보이지 않는 힘'은 일상의 잔잔한 소재를 여성특유의 감각으로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가 쉽게 접근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작품으로 승화시키기에 아쉬움이 있었고 일상의 정화되지 않은 표현들과 작품을 갈고 닦는 완성도에 거친 미완의 느낌을 주고 있다.

당선작으로 밀은 이종용씨의 '키리와 미코'는 좋은 수필의 전범을 보여준다. 강아지 미코가 새 주인을 찾아오는 모티프 미코가 가져온 살림살이에서 수십 년 전 낯선 가문에 시집을 간 누님의 혼수를 떠올리는 통찰력이 날카롭고 감동적이다.

유려한 문장의 흐름을 통하여 오늘의 경험을 과거의 기억과 치밀히 연결하여 망각될 수 있는 향토 민속사의 한 부분을 되살려내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몇 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나 말미에 사랑과 미움에 대한 결론이 사족처럼 거슬린다. 오히려 생략되었다면 독자의 상상력에 대한 여백으로 더 나은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사이버세상이 급속히 진화하면서 문학의 장래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현장 이민문학으로서의 생생한 체험을 짧은 장르 속에 담아내는 수필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 높은 우수한 작품들로 보아 수필에 대한 장밋빛 내일을 기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깝게 탈락하였지만 준결승 점에서 B+ 이상을 받은 분은 고옥 김마이카 김미현 김성민 박영애 박현숙 최용완 황시엽 황의문 그리고 테레사 황씨등으로 수필가로 문단에 추천해도 손색이 없는 분으로 판단된다.

심사위원/ 김호길.배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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