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늦어진 주총…한인은행의 현주소
염승은/경제부 기자
2007년만 봐도 남가주 일대에 본점을 둔 12개 은행 가운데 8개 은행이 이 기간에 주총을 치뤘다. 그래서 보통 5월 하순을 은행가에서는 '주총 시즌'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7년 미래은행은 가장 늦은 9월17일에 주총을 열었다. 미래 주총은 일부 주주들이 1년새 부실대출이 250% 늘었다며 경영진과 이사진의 책임론을 거론했고 한 주주는 자신이 이사가 되겠다며 표대결까지 벌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반 정도가 지난 뒤 이 은행은 폐쇄됐다.
결과론적일지 몰라도 주총을 늦게 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5월 하순을 '주총 시즌'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듯 하다. 10개 은행 가운데 윌셔 새한 US메트로 등 3곳만이 '시즌' 중에 주총을 열 뿐이다.〈표 참조>
나라와 중앙은 합병 문제가 있고 한미는 우리금융과의 관계를 이어갈 지 증자는 할 것인지 등의 이슈가 있다.
태평양은 지난 해 가을과 올 4월의 증자 등으로 주주 구성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변화가 많았고 커먼웰스는 불과 한달여 전에 행장 교체가 있었다. 윌셔도 지난 11일 증자를 마무리짓지 못했다면 주총 일정을 뒤로 미뤄야 했을테다.
한미를 보면 2007년 5월23일 2009년 5월27일이었다가 작년은 7월28일이었는데 5월 말에 우리금융과 계약을 맺고 7월 초에 1억2000만달러 증자를 끝낸 뒤에야 주주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한도 마찬가지다. 작년 3월 극적으로 6060만달러 증자에 성공하고 이사진 구성에 진통을 겪다가 10월28일에야 주총을 열었다. 올해는 5월25일이다.
주총은 이전 1년간의 경영 실적을 주주들에 알리고 이사진이나 인수합병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한 허락을 받는 자리이다. 사전적 의미로 '주주에 의해 구성되는 주식회사 내부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이다. 그렇다면 주총이 너무 늦게 열리면 이날 주주들에 제공되는 2010년도 연례보고서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꼭 언제 주총을 열라는 법은 없다. 늦춰지는 이유도 있고 그럴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다만 늦어진 주총 일정이 한인은행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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