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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 가작] 막국수, 푸른 그 소리

윤민초

〔〈【막국수 푸른 그 소리(2)



윤민초



】〉〕〈1〉

국수라면 잠결에도 젓가락부터 찾는

남편과 살다 보니

식성마저 닮는 건가



모처럼 봄날 파랗게

막국수가 익어간다



다시마 굵은 멸치 깐 마늘 양파 몇 쪽이

서로의 몸 비벼대 국물을 우려내는지

보리차 같은 말간 색

혀 밑으로 침 솟는다



화분에서 키워낸 멕시코산 매운 고추

싱싱한 것 서너 개 잘 다져 섞어보니

톡 쏘는 맛의 색등이

혀끝에서 반짝 켜진다

〈2〉

뭐라도 입에 달고 쓴 것이 없던 시절

돼지 뼈 우린 국물에 한 줌의 사리이면

배곯은 젊은 창자가 포식했던 양푼 국수



돼지 족발 두서너 점

덤으로 얹어 지면

꽁꽁 언 가슴도 손 인심에 그만 녹아

덧나는 상처만큼이나

그립다는 그 허기



귓속이 다 헐도록 너덜해진 넋두리가

오늘따라 새록새록 한소끔 끓어오르면서

영롱한 이슬 하나를

명치 끝에 피워낸다

〈3〉

얼큰한 양념 탓에 젖은 눈가 훔쳐내며

추억의 점 하나를 찍듯이 먹는 눈물 국수



후루룩

짙푸른 그 소리에

봄날 멀리 나비 난다


수상 소감

삶을 노래하는 것은 절대자의 그리움

뒤죽박죽 하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가을 분갈이 해준 작은 몸집의 문주란에도 어느새 꽃 대궁이 솟아나 진 주황빛의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계절을 거슬리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다는 자연의 소임이겠지요.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내 안의 가락도 문주란을 닮고 싶다고 감히 말합니다. 삶을 노래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호흡이며 그 호흡은 내 안에 군림하는 그 절대자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이제 내게 얼마큼의 시간이 여생으로 남아 있는지는 몰라도 그 여생 내내 숨을 쉰다는 것은 그 절대자로 향한 끝없는 그리움의 완성입니다. 설사 그 완성이 어느 순간 그 문턱에서 미완성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내 삶의 리듬으로 시조를 만난 것은 행복이며 큰 축복입니다.

그 동안 시조는 행간의 먼 우주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제야 그 행간에 언어의 작은 꽃을 피우도록 용기를 내주신 두 심사위원 김호길 선생님과 배정웅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많은 시간 속에서 행간의 길동무가 되어주신 박경호 시인과 함께 공부한 살가운 우리 글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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