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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일기]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최혁/뉴저지 포도나무교회 목사

"목사님, 개스 값이 3달러를 넘었어요. 덩달아 채소 값도 올라가고 있어요. 수입은 전혀 뛰지 않고…. 정말 짜증나 죽겠어요." 고운 김 집사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생활이 꽤 쪼이는 모양이다. 어지간해서는 그렇게 말할 집사가 아닌데.

정말 휘발유를 넣어보니 50달러 가까이 들었다. 내 이 조그만 차가 이 정도니. 그래도 뉴저지는 나은 편. 옆 동네 뉴욕은 벌써 갤런 당 4달러가 넘지 않았는가?

짜증이 좀 강해지면 화, 화가 더 강해지면 뚜껑이 열린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화나게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화는 나이, 교육, 성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밀려온다. 염치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짜증 날 사람은 아마 대통령이 아닐까? 매우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는 일마다 발목이 잡힌다. 추진력이 강했던 인물인데 역대 대통령 중에 크게 남을 만한 업적이 아직까지는 없다고 보도한다.

4·27 재보선 참패의 화살은 2년 남은 국정운영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며 일했건만 국민들은 알아주지 않고 이래도 비난, 저래도 비난. 집안 단속을 위해 하신 한 말씀이 신문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딴 생각하는 사람 청와대 떠나라.' 정말 짜증나실 것.

화란 무엇인가? 성리학의 사단칠정에서는 인간의 한 감정으로 일찍부터 '노'를 언급하고 있다-喜怒哀懼愛惡欲(희노애구애오욕). 화, 분노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감정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화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분노를 조절할 줄 알아야 인생이 행복하다. 조절이 안되고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부부싸움, 이혼, 구타, 살인, 총기사고. 이런 일들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분노의 영'이 도사리고 있다.

어떻게 분노를 다스리는가? 전문 상담가인 밥 필립스는 먼저 자신의 분노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분노를 인정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첫 번째 분노자는 가인이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가인에게 하나님이 묻는다.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찜이냐?" 이 질문은 중요하다. 내가 화를 내고 있을 때는 화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이 질문을 해야 한다.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주관적으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자신의 분노를 관찰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분노의 원인에 대하여 가능한 한 많은 정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

대게 3가지 원인으로 화를 낸다. 자신의 자존감이 공격받았을 때,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엉뚱한 결론으로 그리고 잘못된 학습에 의해. 어떤 경우든 분노가 올바르게 처리되지 못하면 그 분노는 내 인생을 운전하는 운전사가 된다.

내 인생은 그 운전자에 의해 조정되고 끌려 다닌다. 나는 분노의 노예. 결말은 비극. 그런데 나의 분노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정당한 분노가 아닐 때가 많다. 그 때 기세 등등하던 분노는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아내를 사랑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줄 예쁜 거울을 사서 집에 와보니 아내와 남동생이 옷 매무새가 흩어진 채 방안에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동생이 말한다. "형님, 쥐가 들어와서 쥐를 잡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우와 아내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던 형은 용케 현장을 잡았다고 믿었다. 형은 아내와 동생을 냅다 후려갈기며 분노를 터뜨린다. "그래, 이 년 놈들아, 쥐가 잘 잡히더냐." 뚜껑이 열린 형은 아우와 아내를 미친개 쫓아내듯 내쫓았다.

억울하고 분하고 섭섭하고…. 사나이가 홀로 방에서 분을 삭이는데 저쪽 구석에서 쥐가 한 마리 뛰쳐나왔다. 아~. 사나이의 분노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오해였다. 아내를 찾아 나섰으나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 때부터 그의 입에서는 더욱 구성진 배따라기가 흘러나왔다. 김동인의 배따라기.

당신은 지금 무엇에 화가나 있는가? 그 화는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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