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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꽃이 된 빈 상자

윤지영/뉴저지

냄새 나는 상자가 도착했다는 전화에
한걸음에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먼 허공을 숨차게 헤치고 온 뜨거운 냄새
차곡차곡 동여맨 검은 봉지들을 꺼내며
굽은 골목골목 끌고 다니셨을
어머니의 허술한 다리를 안아본다



허리 굽혀 비워낸 상자의 맨 밑바닥에서
낮 달처럼 환히 떠 계신 어머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빠르게 흐른 칠십 평생
쉼 없이 활활 타오르다
마침내 차가운 꽃이 되는 생애
빈 상자 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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