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루를 열며] 두 어머님의 기도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 감독

어머니날이 조금 지났지만 필자의 두 어머님을 추모하며 이 글을 쓴다. 나의 친어머니 강우진 전도사와 장모 박충애 장로님에 대한 신앙 간증이다. 나는 어머니날 두 어머님을 모신 뉴저지 조지워싱턴 공원묘지를 방문했다.

외동 딸 박화세 사모를 신학교에 보내고 목사 사위를 맞아 기도로 도와 주신 장모님은 두 외손자에게도 깊은 신앙적 감화를 줘 목사 되게 했다. 손자 유진, 유선이는 가끔 설교에서 할머님에 대한 간증을 하곤 한다. 1980년 장모님이 돌아가신 지 3년 후 83년에는 어머님이 돌아 가셔 장모님 가까운 곳에 모셨다.

나의 어머님은 일제강점기 때 경성대 사범대를 졸업한 인텔리 여성이었다. 6·25 전쟁으로 44세에 남편을 잃었다. 가혹한 전쟁 중에 홀로 되시어 4남매를 거느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새삼스레 생각해 본다.

서울에 살던 우리는 1·4 후퇴 때 피난길에 올라 손수레에 필요한 짐을 싣고 얼음 위로 한강을 건너 정처 없이 남하 했다. 손수레를 끌고 있는 큰아들인 나는 당시 겨우 16살이였다. 눈이 많이 내린 추운 그 겨울 한 농가에서 한 달 이상 지냈다. 그 중 20일은 중공군과 같이 지내야 했다. 공포의 하루 하루를 지냈다.

아군이 그 지역을 탈환한 후에도 서울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돈도 양식도 없어 굶주리며 불안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러던 하루 한 100리 떨어진 백암시장에 가면 물물교환으로 쌀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와 나는 세 동생을 두고 아침 일찍 먼 길을 떠났다.

그때 나는 어머님하고 가장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인기척도 없는 길을 둘이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때 어머님은 약혼시절의 이야기, 아버님이 동경 유학 시절 동안초등학교 선생으로 일하며 혼자서 나를 키우시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아버님이 나에게 바라고 계신 꿈 등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셨다. 어머님과 나 사이에 그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 후로 다시 오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안성에서 미군 부대에 취직하게 되었고 부평으로 옮겨갔다. 우리 식구는 2년간 그 곳에 살면서 동생들은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부평사거리감리교회(현 부광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시작했고 어머님은 기독교 신앙에 깊이 들어 가시게 되었다.

어머님은 모든 위험과 역경 가운데서도 우리 식구를 보호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었고 기도 생활을 통해 큰 위로를 받으셨다. 그 즈음 어머님의 기도에는 항상 감사가 있었다. 어머님은 매일 이런 기도를 하셨다. “하나님 주신 은혜는 너무나 큰데 저는 연약한 과부요 피난민입니다. 주님께 바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의 가장 귀한 보배 4남매, 해종, 중언, 영자, 영혜를 주께 바칩니다. 주님 뜻대로 써 주시옵소서.”

얼마 후 경복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미군 군목의 설교를 통역하는 통역관이 돼 인천 일대 많은 교회에서 매주 서너번씩 설교 통역을 하게 되었다. 또 성계원이라는 나환자교회에 매주일 가서 설교 통역하는 사역을 하게 되였다. 그것이 나를 목회자의 길로 인도한 소명의 기회가 되었다.

서울에 돌아온 우리 4형제는 차례 차례 서울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했고, 두 여동생은 목회자와 결혼하여 모두 목회자 가정을 이루었다. 어머님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어머니날 어머님의 묘에서 하나님께 감사 기도하며 이렇게 보고했다.

“어머님, 금년에 중언 목사(후러싱제일교회)가 은퇴합니다. 목회하던 4남매가 이젠 다 은퇴했답니다. 큰사위 영자 남편 나구용 목사는 작년에 뉴저지연합교회에서 은퇴했고요, 만모스은혜교회를 목회했던 작은 사위 영혜 남편 김선량 목사도 은퇴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어머님의 다섯 손자들 김유진, 김유선, 김유민, 나동일, 김성범 목사가 미국교회에서 계속 잘 목회를 하고 있으니 그 기도는 아직도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 어머니가 있으랴? 그 기도대로 자식들이 되어주기만 한다면….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