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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아나니아와 삽비라…부정으로 인생무대에서 내려온 부부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초대교회로 돌아가자!' 이 구호는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약 2000년이라는 시간적 공백을 넘어 자칫 그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렇게 구호를 바꾸면 어떨까? '초대교회의 정신과 에토스로 돌아가자!'.

초대교회는 예수의 정신을 이어받아 기독교 정신과 운동을 태동시킨 현장이었다. 법과 군사력과 사회하부구조(인프라)를 구축하여 당시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부상한 로마제국의 통치를 받던 시기에 교회는 제국의 변방 예루살렘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그렇게 시작된 복음 운동은 한 세대가 지나지 않아 로마 제국의 심장부까지 진출하였다. 초대교회의 부흥은 가속화되었고 세계종교로 서서히 부상하였다. 그러한 부흥과 성장의 동력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동력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정신과 에토스는 무엇이었던가?

초대교회를 이야기 할 때 빼먹지 않고 회자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순수한 '나눔'과 '봉사'의 실천이었다. '헌금'의 용도는 가진 성도들이 자신들의 물질을 교회 안팎의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무명의 복음전도자들에 대한 따뜻한 '접대' 또한 그러한 나눔과 섬김의 실천이었다. 경제적 나눔은 신적 사랑과 은혜로 이전의 삶에서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이들이 그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경제적 나눔의 실천이 시행되고 있던 어느 날 한 부부가 비명횡사하는 뜻밖의 일이 발생하였다. 그들은 아나니아와 그의 아내 삽비라였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소유하고 있던 땅을 판 후에 그 돈의 일부를 감추어 둔 채 나머지를 사도들의 발 앞에 두었다. 이렇게 하여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의 사용 및 처분 권한을 사도들에게 위임하였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들이 성령을 속였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서 아나니아와 삽비라 순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비록 바깥의 곱지 않은 시선과 박해를 받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성장을 하고 있던 초대교회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아마도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서원하였던 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토지를 판 후 그 돈의 일부를 숨기지는 않았을 터.

과연 그들의 서원은 순수한 동기에서 이루어졌던가?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이전에 자신들보다 더 큰 규모의 땅을 팔아 그 돈을 사도 앞에 쾌척한 바나바를 보고서 교회 회중들로부터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일단 서원하였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것임을 그들은 잊어버린 것인가?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은 구약성서의 아간 사건과 흡사하다. 가나안 땅으로 진입하기 전 여리고 성에서 탈취한 모든 전리품을 불살라 버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서 그 가운데 일부를 자신의 텐트 안에 숨겨 둔 죄로 그의 가족과 함께 죽임을 당한 아간의 이야기는 초대교회에서 발생한 이 사건과 흡사하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여전히 낡은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으려 한다면 여러 조각으로 기운 그 헌 가죽 부대는 결국 그 안에 든 포도주의 발효로 인하여 부풀어 올라 터지고 말 것이다. 아간의 이야기는 새 땅인 가나안의 진입을 앞둔 이스라엘 민족을 일깨우는 이야기이듯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부정행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새 시대를 맞이한 초대교회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교회를 일깨우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거룩하고 엄중한 요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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