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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한 우화입니다"

한인 여성 주연 연극 '세입자' 작가 빌 도넬리

오프브로드웨이에 한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이 공연 중이다. 이달 22일까지 오프브로드웨이 크라운시어터(358 West 44th St.)의 작은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세입자(The Tenant)’는

‘럭키 스타’라는 이름의 한인 여성이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아파트의 수퍼로 있는 젊은 부부와 사귀며 벌어지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작가 빌 도넬리(68·사진)씨는 변호사 출신 새내기 희곡작가다. 뉴저지 모리스타운 상공회의소장까지 지낸 그는 한국에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주인공 럭키 스타를 구상했다고 말한다.

-‘세입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미드타운 정신과 육체의 위험한 유혹이다. 이 연극은 우리의 정신이 사람들과 아이디어에 대해 얼마나 연약한가를 말하고 싶었다. 베이브(수퍼 샘의 부인)가 유방에서 멍울을 발견한 후 즉각적으로 날짜를 알고 싶어한다. ‘4일. 4는 죽음을 의미한다’ 당시 베이브가 럭키 스타와 말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베이브의 정신은 럭키 스타의 숫자점술(numerology)에 유혹당한 것이다. 럭키 스타 또한 유혹당한다. 어렸을 때 자신이 성녀 마리아같을 때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고 배워왔다. 이 연극은 우화와도 같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생각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사고는 우리의 마음을, 더 나아가 우리의 가치와 행동을 점유하는 세입자와도 같다.”

-어떻게 이 작품을 쓰게 됐나.

“’사랑하지만 섹스리스인 부부의 이야기’라고 적힌 1인치의 네모난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으로부터 아이디어는 출발했다. 낭만적인 사랑에 관한 문학의 전통은 사랑의 빠지고, 섹스 없이 이상화한 로맨스가 기준이 된다. 하지만, 난 현실 생활에서 젊은 부부의 삶이 이렇게 갈 것인가를 탐구하고 싶었다.”

-염두에 둔 실제 인물이 있나.

“난 23년간 워너램버트 컴퍼니의 국제법 변호사로 일하며 48개국과 일을 해왔다. 그 중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럭키 스타는 라이센스 케이스를 맡아 5주간 출장가서 체류하는 동안 제약회사 계열의 간부에게서 남편의 학대를 받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에 착안해 구상했다. 이발소나 매춘이나 그 외의 것은 내 상상으로부터 나왔다. 극 중의 네온사인은 내 호텔 인근에 있던 이삿집 센터의 실제 사인이었다. 럭키 스타가 이야기해주는 ‘한 마리 백조 호수로 날아들었다’는 영국 옥스포드 외곽의 한 호텔에서 내게 실제 일어난 일이다. 베이브는 내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30살 정도되는 여성에게서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유방암으로 얼마 전 죽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녀의 친구는 아시안 여성으로부터 스테이크를 가슴 위에 몇 번 올려놓으면 암이 제거된다고 조언해주어 그대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베이브도 럭키 스타의 치유법을 따르게 된다. 또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도 유방암에 걸렸었는데, 예전에 TV 인터뷰에서 ‘로널드 때문에’에 유방 제거를 원치않는다고 했다. 베이브도 샘 때문에 제거하지 않는다.”

-캐스팅 과정은.

“제작 전에 수년간 4회에 걸친 낭독회에서 럭키 스타 역을 맡을 한인 배우 뿐만 아니라 아시안 배우를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 제작을 앞두고, 배우조합(Equity)과 쇼비즈니스 잡지 등에 광고를 냈더니 4명의 등장인물에 507명이 응답해왔다. 그중 49명을 오디션에 불렀다. 럭키 스타 역에 10여명이 왔는데, 한인 배우도 있었다. 그중 다시 19명을 추려서 두번째 오디션을 했다.”

-비비안 추를 럭키스타에 캐스팅한 이유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오디션에선 앙상블 캐스트를 골라야했다. 비비안은 럭키 스타 역에 맞는 재능과 용모, 그리고 공연 4주간, 시간도 맞아 캐스팅하게 됐다.”

-한인 역에 대만 출신 배우가 하는 것에 우려는 없었나.

“연극이나 영화에서나 우린 후주 출신이 미국인 역을, 미국 배우가 영국인 역을 영국인이 아이리시 역도 맡아 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의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의 역량에 따른 것이다. 비비안은 탁월한 크리덴셜을 갖춘 훌륭한 배우로 그 배역에 대한 능력을 사서 선택한 것이다.”

-앵무새 로미오의 역할이 흥미로운데.

“‘세입자’는 무척 심각한 연극이라서 관객들에게 때때로 휴식을 줄 필요가 있었다. 로미오는 등장인물들의 극적인 열기가 계속 오르기 전 관객을 웃도록 만든다. 로미오의 역할은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와도 같다. 코러스는 극 중 캐릭터이자 액션의 해설자이기도 하다. 로미오는 두 역할을 모두 한다. 제작 전 4회 낭독회를 하면서 관객들이 로미오를 무척 좋아했다. 로미오의 역할은 처음엔 작았다가 그리스 코러스처럼 커졌다.”

-연극에 매료된 이유는.

“연극은 배우와 관객 간의 즉각성과 친밀감을 허락한다. 드라마 건 코미디건, 뮤지컬이건 간에 우린 경험을 공유한다. 또한, 연극은 나에게 엔터테인먼트 환경 속에서 삶의 복잡한 현실을 탐구하게 만들어주기에 좋아한다.”

-법률과 희곡을 정의한다면.

“법은 혼란를 방지하고 좋은 행위를 격려하기 위한 인도적인 길이다. 희곡 쓰는 것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인상은.

“국제법 변호사로 자주 출장을 갔다. 총 체류기간을 합치면 3-4개월은 될 것이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인들의 경제를 추진하는 야망과 근면성이다. 한국의 법체계는 내가 겪었던 것 중 가장 정교했다. 법적 처리 과정은 거의 3차원적인 체스를 두는 것과 같았다.”

☞빌 도넬리는

1943년 뉴욕에서 태어나 맨해튼칼리지를 거쳐 보스턴 법대,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부터 95년까지 뉴저지 모리스플레인의 제약회사 ‘워너-램버트 컴퍼니’에서 국제법 변호사로 일하다가 95년부터 2005년까지 모리스카운티상공회의소 회장 역임. 벨기에서 살면서 발레·오페라·연극을 합성한 퓨전극, 소위 ‘발로페라마 ‘왈츠: 밤, 촛불, 새벽(La Valse: Night, Candles, Dawn)’을 집필하기도 했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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