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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뻐꾸기 아이들'

백형설/언론인

4월 마지막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우리가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봄비가 아닌 여름날 장맛비처럼 엄청 쏟아 부었다. 오후엔 하늘이 새까매지더니 3시 쯤에는 완전히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한 시간 후에 다시 서서히 밝아왔는데 요즘 하도 천재지변이 많이 나기에 '무슨 일이 나는 것이 아닌가' 놀랄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5월이 시작되자 계절은 완연한 초여름으로 바뀌면서 매일 쾌청한 날씨가 이어진다.

아침에 전화를 받았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였다. 그날이 어린이날인 줄도 모르고 약속했는데 아들 내외와 손자를 데리고 나들이를 가야 하기에 다음에 만나자는 전화였다. 친구의 아들도 그 동안 손자 뒤치다꺼리를 해준데 대한 감사를 표할 요량이었다. 하여튼 요새 흔히 하는 조크로 가정에서 손자의 서열이 1번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이다. 미국은 5월 두 번째 주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셋째 주일이 아버지날인데 여기는 부모를 하나로 합쳤다. 그나마 예전에는 아버지 날은 없이 어머니 날만 있다가 슬그머니 아버지를 어머니날에 끼워 넣은 셈이다.

수도권에 사는 어린이들은 어린이 날이 정말 '우리들 세상'인 것 같다. 좋은 옷을 입고 부모와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함께 나들이를 다니고 또 선물에 맛있는 음식도 즐기는 날이기 때문이다.

세계 11개국에서 41개 단체가 참가하는 서울의 대표 축제인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어린이날에 열렸다. 정오에는 서울 광장에서 '서울 난장 & 세계 거리극 퍼레이드'로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서울 곳곳에서는 이날 거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하루 종일 펼쳐졌다.

한 가정에 자녀가 하나 혹은 두 명이 일반적이고 심지어는 무자식인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들에 대한 과보호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반면 결손가정이나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이 상대적으로 받는 소외감도 큰 문제이다. 어린이 날이 지난 후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받은 선물이 무엇이고 어느 놀이터에 갔으며 무슨 공연을 보았고 또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가 화제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혼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또 미혼모 출산이 늘어나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녀들을 키울 능력이 안돼 위탁 가정에 맡기는 숫자도 늘어났다. 그런 어린이가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 어린이들을 뻐꾸기 아이라고 부른다. 여러 사정으로 한 가정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이집 저집으로 옮겨 다니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한시적으로 맡긴 아이들이다. 방 한 칸만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이 잡히면 언젠가는 다시 데려오겠다고 다짐했던 아이들이다. 따라서 법적으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자녀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가족이 다시 합치는 비율은 10%를 겨우 넘을 정도다. 또한 아직도 한 해에 1000여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어 나간다.

가정에 대한 소중함이 갈수록 파손되고 있음은 누구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기에 이런 결손 가정이 잘 버티어 나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더 있어야 한다.

또한 자립 기반이나 탁아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정의 달은 부유하고 행복한 가정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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