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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부대'도 즐기는 현대미술의 속살

플라토'로 이름 바꾼 로댕갤러리…5일 3년 만에 재개관 기념전
김수자·이불·노재운·구동희…갤러리 공간 새롭게 풀어내

지난 10년간 서울 도심의 '문화 오아시스' 역할을 해왔던 태평로 로댕갤러리가 '플라토(plateau)'라는 새 이름으로 재개관한다. 퇴적층·고원이라는 뜻의 '플라토'는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에서 따왔다. 과거 예술적 성과와 현재·미래의 실험이 만나 재해석되는 퇴적층이라는 의미다. 예술적 고지라는 뜻도 있다. 현대미술의 용광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5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리는 재개관 기념전은, 과거 공간의 역사성, 장소성에 대해 다양한 재해석을 시도하는 '스페이스 스터디(space study)'다. 김수자·이불·안규철 등 국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부터 Sasa[44]· 노재운·구동희 등 중진과 신진 14명이 모여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로댕의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이 상설 전시되는 글래스 파빌리온에는 김수자의 '연꽃: 제로지대'가 설치됐다. 384개의 연꽃이 원을 그리며 매달렸다. '지옥의 문'이 인간 존재의 종말을 보여줬다면 연꽃환은 그 공간을, 시작도 끝도 없고 모든 존재를 초월한 공존과 포용의 공간으로 둔갑시킨다. 티베트 승려의 만다라(曼茶羅) 독송과 그레고리안 성가, 이슬람성가가 함께 흘러나와 신비함을 배가시킨다.

전시장 입구에 해당하는 푸른 벽에는 난수표 같은 숫자가 써있다. 철저한 자료수집가이자 자료활용가로 유명한 Sasa의 작품이다. 로댕갤러리가 문을 연 1999년 전세계에서 일어난 107개의 사건을 수치화했다. 테러·사고 등 주로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바탕색인 아쿠아 블루는, 작가의 애장품인 오노 요코 앨범 자켓에서 따온 것이다. 오노 요코는 로댕갤러리의 역대 전시 중 최고 관객을 동원했다. 또 그 자신이 비극적 죽음과 연루된 인물이기도 하다.



바로 옆 김도균의 사진은 미니멀 추상회화처럼 보이지만, 갤러리의 구석구석을 확대해 찍은 것이다. 의미 없는 틈새 공간을 새로운 미학적 대상으로 해석한 것이다. 정재호는 플루토의 외부 전경과 내부 이미지가 마구 충돌하고 엉킨 초대형 사진 콜라주(collage)를 내놓았다. 대상에 대한 파편화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김민애는 전시장 안에, 전시공간의 철골구조를 흉내 낸 바(bar)를 세운다. 견고해 보이고, 마땅히 견고해야 할 나무 바 아래는 이동식 바퀴가 달려있다. 킥 웃음이 나올 정도로, 미술관의 무게를 일순간에 덜어버린다. 미술관 건축물 자체에 관심 많은 김무준은 구겐하임·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의 외관을 단순한 아이콘처럼 만든 아크릴 패널 작업을 선보였다.

김인숙은 유리건축물 사진을 통해 현대인의 모순된 욕망을 탐구하는 작가다. 작업장을 감시하기 위해 개발된 유리건물이 현대적 건축자재로 즐겨 사용되면서, 사생활의 의도적 노출을 꾀한다는 데 주목한다. 도시설계 과정에서 용도 없이 폐기된 유휴지를 탐사해가는 과정을 비디오로 담은 구동희는 도시계획이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공간과 소외에 대해 이야기한다. 갤러리 인근 직장인을 위한 전시 설명회 '10 미니츠 토크'가 매주 수요일 12시 40분 열린다. 14일, 28일, 6월18일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된다. 홈페이지 plateau.or.kr, 1577-7595.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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