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론] 왕세손의 결혼
오명호/HSC 대표
21세기인 아직도 영국은 왕이 존재한다. 물론 정치에는 전혀 간섭을 하지 않지만 자국민과 영연방의 상징적인 인물로 아직도 그 영향력이 적지 않다. 사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오히려 왕실 운영을 위해 영국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현 왕실을 없애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엘리자베스 현 여왕의 아들과 딸들은 하나같이 스캔들로 얼룩져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찰스 왕세자의 이혼, 그리고 이혼녀인 카밀라와 재혼 등으로 시작하는 왕실의 스캔들은 끝이 없다. 이번 결혼식 초대 인물의 면면을 보아도 현 여왕의 며느리들에 대한 증오를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둘째 아들인 앤드류의 부인 퍼기는 아예 초대조차 받지 못했다. 물론 이혼했지만 말이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영국을 12년간 이끌었던 노동당 출신의 전임 수상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2008년 월가 투자은행의 상징인 리만 브라더스만 파산한 것이 아니다. 영국도 대형 모기지은행이었던 ‘노던록’이라는 은행이 파산했고, 왕립 스코트은행이라는 이름을 지닌 RBS도 파산 직전 영국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살아난 은행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 월가에서만 금융위기가 벌어진 것이 아니라 영국도 규모는 적지만 미국 못지 않게 자국 금융기관들을 정리했어야 했다. 바로 이 점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민주주의 국가이든 군주국이든 지도자는 인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12년간을 통치해온 노동당 정부가 전대미문의 경제재앙을 초래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에 여왕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는 얘기다.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도 하나같이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는 참담한 현실을 맛보았던 여왕은 물론 자신이 뽑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식들과는 달리 영국을 잘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한편 현 연립정부의 수상인 보수당의 카메론과 그의 부인이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그는 초대받았다. 보수당 연립정부는 지금 금융위기 이후 혹독한 긴축예산을 편성, 시행하고 있다. 복지수당은 줄이고 대학등록금은 올려 수많은 이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는 소신 있게 밀어 부친다. 이 점이 여왕의 눈에 든 탓일까. 아니면 현직 수상을 배제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 때문일까.
지난주 발표한 영국의 경제성적표를 보면 그야말로 초라하다. 1/4분기 GDP 성장률이 불과 0.5%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무릅쓰더라도 확대 재정정책을 시행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성장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그의 정책기조는 그와 정반대다.
그의 믿음인 긴축재정 정책이 언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즉 재정적자도 줄고, 실업률도 줄고, 또한 경제가 성장하는 현실이 언제 나타날까(?). 과연 이 세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경제를 포함한 모든 세상사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다. 쉽게 말하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사실이고 물 좋고 경치 좋은 정자는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책 내지 정치는 우선순위의 선택이고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윌리엄 왕자는 그의 어머니를 닮아 수줍음이 많지만 용모가 수려하다. 그의 부인 케이트도 물론 수려한 용모를 지닌 미녀다. 19세의 나이에 12살 연상의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던 고졸의 다이애나와는 달리 대학까지 졸업하고, 서른 살의 나이에 평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정통 영국왕실의 핵심멤버가 되었다. 즉 차기 영국 국왕의 왕비가 된다는 얘기다.
이 두 젊은 캠브리지 공작 부부는 새로운 세대로 미래의 영국과 영연방을 끌고 갈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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