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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같은 제사장] 항복은 예배의 심장

이유정/목사·한빛지구촌교회 예배디렉터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곳은 예배의 자리(롬 12:1, 2)이며 가장 즐겁게 반응하시는 곳은 순종의 자리(삼상 15:22)이다. 순종의 최고봉은 항복이다. 항복은 자의든 타의든 자아의 끝에 직면케 한다. 인간 자아의 끝,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이 시작하신다. 그래서 항복은 예배의 심장(Heart of Worship)이다. 예배는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내 초라한 한계를 직면하는 것이다. 내 방식과 내 경험, 내 욕망을 내려놓고 그분의 뜻과 그분의 방식, 그분의 주권 앞에 철저하게 항복하는 것이다.
 
1987년 6월은 필자의 대학시절 중 가장 시끄러운 달이었다. 민주화 운동으로 대학마다 데모가 끊이지 않던 어느 날, 이한열 학우가 전경이 쏜 최루탄에 맞아 병원에 이송됐다가 결국 생명을 잃었다. 이 일로 전국의 대학이 들끓었다. 학우의 죽음을 보며 젊은 혈기를 못 이겨 데모 대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군중에 섞여 돌을 던지고, 도망가는 내 모습을 겉사람은 합리화했지만 속사람은 그 허탄함에 숨이 막혔다. 아울러 당시 내 신앙의 유아기적 갈등은 눈에 보이는 싸움과 비할 수 없는 전시상황이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날 성경묵상 본문은 다윗의 시편 62편이었다. 1절에 시선이 멎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저에게서 나는도다.” 수천 년 전 다윗의 고백이 살아서 내 영혼을 뒤흔들었다. 하나님 외에 너무 많은 것에 마음을 빼앗긴 내 모습이 백주 대낮에 알몸을 드러낸 것처럼 창피했다.

 이 시를 쓸 당시의 청년 다윗, 그도 숱한 고민과 두려움은 물론 죽음의 위협까지 받고 있었다. 하나님마저 인정한 왕권, 그 고지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승기는 사울 왕의 손에 아직도 굳게 쥐어져 있다. 그 갑갑한 현실을 다윗은 묵묵히 참아내야만 했다. 험난한 엔디게 사막에서의 끝모를 도피생활은 그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를 노래하는 구절 중간에 삽입된 3, 4절의 내용은 앞뒤의 평온한 문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그린다. “기울어 가는 담과도 같고 무너지는 돌담과도 같은 사람을, 너희가 죽이려고 다 함께 추격하니, 너희가 언제까지 그리하겠느냐?”(시 62:3). 이 시는 그저 평화로운 안식을 누리며 고요한 마음의 평정 속에서 흘러나온 고백이 아니었다. 눈앞에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 속에 터져나온 영혼을 살리는 절규요 자기선언이었다. 그래서 시편 62편은 처절하게 무너진 삶의 돌무덤을 뚫고 피어난 한 송이 백합화이다.

 이 시가 내 마음을 녹였다. 말씀 앞에 무릎 꿇었다. 내 전존재를 뒤흔드는 살아있는 말씀의 능력 앞에 일순간 모든 염려가 풀어졌다.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라고 명령하는 다윗의 고백이 그 어떤 해답보다 강력하게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순간 영감이 떠올랐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불과 10여분 만에 『오직 주 만이』라는 곡이 탄생했다.

 당시 송정미, 김지현과 종종 모여 자신이 창작한 곡을 나누곤 했다. 어느날 아침, 송정미에게 전화가 왔다. 시편 62편을 묵상하는데 이 말씀을 세상에 선포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곡으로 극동방송 복음성가 경연대회에 나가려고 하니 허락해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송정미는 본선에 올라 대상과 함께 작곡상까지 받았다. 그 이후 그녀는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는 믿음의 능력’을 담대히 선포하는 여 전사가 되었다.

 감사한 것은 말씀 앞에 항복하고 작곡한 『오직 주 만이』가 지난 20여 년간 예
배 현장에서 변함없이 불리고 있는 곡이 되었다. 우리가 하나님께 항복했을 때 하나님은 그 작은 순종에 축사하셔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루신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법칙이요, 예배의 실체이다. 구세군 창시자인 윌리엄 부스는 말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그의 항복의 크기이다.” 그래서 항복은 예배의 정점이다.

 ▷이메일: unplug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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