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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주 이야기

송은경/도서미디어 교사·데이비슨 초등학교

책제목: The Tale of Despereaux
저자: Kate DiCamillo
출판연도: 2003년
쟝르: 판타지 소설
추천연령: 4~6학년
특기사항: 2004년뉴베리상 수상작, 2008년 영화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 아이들은 공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자라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주 이야기는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밖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대신 1800년대 독일의 그림 형제들에 의해 지어진 동화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우리 말로 번역되어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도록 해 주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에는 대개 아름답고 착한 아가씨 또는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멋진 궁궐이 배경이며 그녀를 괴롭히는 나쁜 요정이나 계모, 왕비, 마귀들이 나타나고, 반면에 주인공 아가씨나 공주를 돕는 착한 요정, 일곱 난장이 등의 조연들도 등장한다. 이 아가씨는 시련을 극복하고 백마를 탄 멋진 왕자님의 눈에 띄어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어서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향한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동서고금의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이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예쁘고, 날씬하며, 왕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동화들은 디즈니사의 만화영화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디즈니사는 뛰어난 수준의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유명한 배우나 성우들을 기용하여 이러한 동화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만든 만화영화들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디즈니사는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하여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의 주인공들의 종합세트인 디즈니 프린세스라는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DVD는 물론 책, 옷, 신발, 가방, 학용품, 시계 등을 판매하여 2009년 한 해 동안의 매출액이 4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디즈니의 프린세스 만화영화를 본 아이들은 더 나아가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월드에 세워진 꿈의 궁전에 가보고 싶어한다. 방학이면 그곳에 가서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의 캐릭터들을 만나 사진도 함께 찍고 하면서 자신들의 판타지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돌아온다.



이러한 상업주의의 영향으로 여자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프린세스 신드롬에 빠지게 된다. 그 예로 4~6살의 여아들은 프린세스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며, 심한 경우에는 바비인형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싶어한다. 어린 여자아이들일수록 핼로윈데이에 공주의 복장을 입거나 공주놀이를 좋아하는데 마치 남자아이들이 가상 전쟁놀이를 하면서 군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6세가 되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공주 신드롬은 약간 주춤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자아이들이 남보다 예뻐야 하고, 날씬해야 하며,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학교도서관에서 1학년 여학생들이 Fancy Nancy 시리즈를 많이 찾으며 어떤 여학생들은 프린세스에 관한 책만 찾는다. 유명서점들에서도 아동서적부에 프린세스 코너를 따로 만들어놓고 프린세스에 관한 책들을 전시하여 여자아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것은 이러한 프린세스 신드롬이 자라는 과정 중의 하나이어야지 그것에 고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프린세스들처럼 수동적이고 멋진 왕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가 결혼한 지 30년 만에 윌리엄 왕자와 평민 출신 캐서린 미들턴양이 결혼했다. 그동안 동화책과 만화영화로만 보았던 왕자와 공주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실현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현대판 공주의 이야기가 환상적인 행복한 결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최상류층으로서 지녀야 하는 품성,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 자녀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백마 탄 왕자님과 결혼하는 전형적인 동화 속의 공주와 다른 이미지의 공주인 좀 더 인간적이면서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Princess Pea를 소개한다.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글을 읽을 줄 알았던 생쥐 데스퍼로와의 특별한 만남과 가엽게 자라난 동갑나기 부엌 하녀를 긍휼히 여기는 어린 공주의 이야기를 The Tale of Desperaux 에서 만나보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에 새롭게 탄생된 캐서린 왕세자비가 Princess Pea와 같은 마음을 지니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프린세스가 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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