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발발 150주기 기획…링컨 암살현장을 가다
"그들이 파파를 죽였다"…'링컨 전문가' 앤소니 피치와의 DC 동행
9년 동안 자료 수집해…9·11보다 더 공포스러워
링컨 동상 편 손은 사랑…주먹 쥔 손은 통일 의지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서거 146주년이 되는 지난 15일. ‘그들이 파파를 죽였다(They have killed Papa dead)’의 저자인 앤소니 피치(Anthony S. Pitch)를 백악관 앞 라파옛 공원에서 만났다.
‘불타는 워싱턴: 1814년 영국의 침략’ 등 다수의 미국 역사서를 쓴 그는 3년 전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을 자료 수집에 보낸 '링컨 전문가'다.
“당시 링컨의 목소리는 어땠는지, 주변인들의 감정은 어땠을까 궁금했죠. 링컨의 죽음과 관련해 당시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묘사는 교과서에도 없잖아요.”
처음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학자들이 비웃었죠. 더 이상 뭐를 더 쓸 수 있겠냐고요.”
의회 도서관 등에서 관련인들의 일기장부터 편지, 기사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수집했다. 자료를 수집할수록 백과사전 같던 링컨의 이야기는 감정과 감성이 풍부한 한 편의 영화처럼 퍼즐이 맞춰졌다.
“링컨 측근이었던 벤자민 프렌치는 심지어 음모자들이 교수형을 당할 때 각 사람의 어깨에 점프하고 싶다고 일기에 적었어요. 그 만큼 링컨의 죽음에 분개한 거죠.”
책 제목도 그가 수집한 문구에서 나왔고 시카고 트리뷴은 그 해 최고의 책 제목으로 이 책을 선정했다.
“링컨 대통령과 함께 죽을 뻔 했던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의 딸 페니는 매일 일기를 쓰던 사람이었어요. 작문 실력도 뛰어났죠. 페니의 일기장을 인용해 책을 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놀라웠죠.”
링컨 대통령이 총에 맞은 포드극장 귀빈석에도 책을 쓰는 ‘특권’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현직 대통령도 못 들어가요. 항상 1층 오케스트라 레벨에 앉아야 되죠. 링컨 대통령 자리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니 12피트가 아니라 20피트는 되는 것처럼 높았어요.”
피치는 “존 윌크스 부스가 1600명의 관객이 있는 극장에서 대통령의 머리에 총을 쏘고 이 높이를 뛰어내렸는지, 그리고 무대에서 대통령을 죽였다고 큰 소리로 자랑할 수 있었는지는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전기도 없고 TV도 없던 시절이에요. 911테러보다도 더 공포스러웠던 사건이죠.”
그는 기자에게 링컨 기념관에 가봤냐고 물었다.
“링컨의 동상을 보면 오른손은 펴져 있고 왼손은 쥐고 있어요. 편 손은 링컨의 인내와 용서, 사랑,동정심 등 따뜻한 내면을 표현했고 주먹 쥔 손은 양분된 미국을 통일시키겠다는 그의 결단력과 의지의 상징입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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