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성서인물열전] 라멕, 최초의 살인자인 가인의 판박이 손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폭력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인면수심의 행태를 유발케 하는 것은 환경적 요인인가 아니면 유전적 요인인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유전적 요인이 폭력의 대물림에 한 몫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명 '전사 유전자(warrior gene)'라고 불리는 MAOA(모노아민 산화효소)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이 유전자는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신경 전달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MAOA의 활성도와 변이에 따라 폭력성의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사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살인을 자행하고도 그것을 무용담 삼아 보란 듯이 자랑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인류 최초로 살인을 자행한 가인의 7대손인 라멕이었다. 라멕은 일부다처제를 최초로 시행하여 두 아내를 두었는데 그 둘 앞에서 무슨 대단한 일을 치루고 돌아온 개선장군마냥 다음과 같은 끔찍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한다.



"아다와 씰라여 내 목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

내용인즉 나이 어린 소년이 어쩌다가 라멕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그것에 대한 보복으로 라멕은 그 소년을 가차없이 죽였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암흑가의 잔혹한 보스처럼 나를 건드리는 놈은 몇 배로 되갚아 주겠다고 하는 무자비한 복수의 선언이었다.

이 노래는 일명 '라멕의 검가(劍歌)'라고 하는데 가인의 살인 이후 에덴의 동쪽에서 폭력과 살인이 시도 때도 없이 자행되고 대물림되고 있음을 노래는 은연중 보여주고 있다.

피를 부른 복수를 자랑하듯 라멕은 자신의 선조인 가인과 비교하여 자만심에 가득 찬 어조로 폭력을 노래하였다.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벌이 칠십칠 배이리로다."

아우를 죽인 가인이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죄악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두려워 할 때 하나님은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는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를 보호하는 표를 주셨다.

살인한 가인이 죄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하되 반복되는 복수로부터 보호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선포였다. 힘없는 소년을 살해한 라멕은 자신을 상하게 하는 자는 벌을 칠십칠 배를 받는다고 하나님 대신 자기 스스로 선포하고 있으니 이런 망발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라멕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아전인수' 격으로 하나님의 자비의 선포를 오용하려 한 파렴치한이었다.

힘을 숭배하는 폭력주의자 라멕은 그의 두 아내 사이에서 세 아들을 낳았다. 야발은 목축업을 유발은 예술을 두발가인은 철기문화를 보급함으로써 인류문명의 창시자들이 되었다.

최초의 도시문명을 건설한 최초의 살인자 가인 소년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커녕 자랑삼아 떠벌렸던 가인의 7대손 라멕 그리고 동철로 각종 날카로운 기구를 만든 라멕의 아들 두발가인 모두 하나님을 떠난 이기적 문명과 야만적 사상을 이 땅에 가져온 인물들이 아닌가?

문명은 본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였다. 문명의 또 다른 얼굴은 야만이다. 문명이 인간의 힘을 절대시하는 이들의 손에서 놀아날 때 인류역사는 피로 물든 야만의 역사로 돌변하였다.

가인의 판박이였던 라멕과 같이 힘을 신봉하고 폭력과 살인을 조장하는 야만의 역사를 근절시키는 것은 우리 모든 인류의 최대 과제가 아니겠는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