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폭동 19주년-2] 한인 업주-라티노 종업원 관계, 그들의 문화 이해가 첫 출발…마음 열어야 상생
욕·질책 등 감정적 대응 안돼
경제적 논리 따지면 갈등 유발
임금·오버타임 규정 유의해야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이 LA 다운타운이다. 얼마 전 한 의류상가에서는 한인 업주들 모임이 있었다. 종업원들의 불미스런 행동으로 피해가 만만찮으니 대책을 세우자는 말들이 오갔다. 주인 몰래 물건을 빼돌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업주들의 성토가 이어지던 말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들은 숫자가 많다. 누군가 상가 종업원들을 잘 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기라도 하면 그 땐 정말 큰 일이다."
이날 업주들은 "종업원들을 우리가 먼저 잘해줘야 한다. 못 알아 듣는다고 욕을 하거나 줄 것 제대로 안 주고 비난만 하면 안된다"는 자성의 자리로 끝을 맺었다. 자바 상권은 한인이 쥐고 있지만 종업원의 절대 다수는 히스패닉 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최저 임금의 값 싼 노동력이 필요한 한인 업주와 어쨌든 돈이 필요한 히스패닉 노동자를 빗대 '악어와 악어새'가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적확한 표현은 아닌 듯싶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적 논리만으로 다가서다가는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 베테랑들의 조언이다.
▶히스패닉-꼭 필요한 일꾼
타운에서 저임금 풀 타임 인력을 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봉제는 히스패닉 노동력이 아니면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한인 업주들이 히스패닉 노동자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0년 가까이 'D&R' 봉제공장을 운영해 온 이희복 사장 히스패닉을 고용의 1차적 이유가 '임금'은 아니라고 했다. 이 사장은 "히스패닉 인력이 봉제일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봉제는 손놀림이 중요한만큼 흑인이나 백인보다 히스패닉이 신체적으로 잘 맞는다"고 말했다. 물론 제대로 된 히스패닉 기술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직률이 높아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기도 어렵다.
▶이해 못해도 느낌으로 안다-욕
갈등의 시작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면 오해가 싹트기 시작한다. 영어로 적당히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을 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할 때면 욕설이 절로 터져 나온다. 주인이 "임마 새X"등을 외치면 그들도 다 안다. 그럴 때면 그들도 스패니쉬로 돌아서서 중얼거린다. "징가~ 마리꽁" 등. 서로가 욕이란 것을 알게 되면 감정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업주들은 답답한 마음에 스패니쉬 공부를 해 보지만 마음 같지 않다. D&R의 이 사장은 "차라리 아주 못 알아 들을 때가 더 편했던 것같다. 한인들은 특히나 권위의식 같은 게 있어서 종업원들이 대들라 치면 겉잡을 수 없게 된다"며 "말로 이해하는 것보다 감정 조절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줄 건 줘야지-임금.오버타임
자바는 지난 주에도 가주 노동청과 고용개발국(EDD)의 노동법 단속으로 일부 업체가 적발됐다. 작업장 규칙 준수 등 매니지먼트와 관련한 위법 행위로 된서리를 맞았다. 의류협회 이윤세 이사장은 "노동청이 요구하는 작업장 기준이 있다. 부착물이라든 지 타임체크 등을 구비해야 하는 데 간과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물론 오버타임 미지급 등 일부 나쁜 업주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의류상의 경우도 10여 년 전에는 임금 문제가 큰 이슈가 됐지만 이제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소잉 쪽에서 워낙 경기가 나쁘다 보니 페이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오픈 마인드
'히스패닉 종업원들과 함께 일 하는 업주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택한다. 가족처럼 친밀하게 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유지하는 거다. 둘 다 행동이 명확하기 때문에 차라리 분쟁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작업장이 너무 삭막하다. 하루에 절 반 가까이 시간을 보내는 데 시종 사무적 관계라면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을 얻기 어렵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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