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폭동 19주년-1] 인종화합을 배웠다…한-라티노 '뗄 수 없는 두 수레바퀴'
주거·상권 공유 파트너 관계
타운 인구 절반으로 절대적
문화·가치관 접점 맞춰가야
▶파트너 관계로 발전 = 4·29 폭동 당시 한인과 흑인은 ‘업주와 고객’의 관계였기 때문에 둘의 목표는 상반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은 비싸게 팔아야 했고, 한쪽은 싸게 사야 했다. 한인 업주가 흑인 종업원을 두는 일도 거의 없었다. 갈등이 생기면 첨예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의 '이웃'으로 다가온 라티노 사회는 크게 보면 파트너 관계다. 둘은 비록 경제력 차이로 인해 '상하 관계'로 설정돼 있지만, 어쨌든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다. 이 차이에서도 갈등은 존재하지만, 알게 모르게 동반자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인 업주가 필요하고, 라티노 종업원이 필요한 공존 상생의 관계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무너질 수 있다. 쉽게 갈라설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인-라티노 사회를 ‘톱니바퀴’로 비유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한인 사회라는 큰 톱니가 라티노 사회라는 작지만 많은 톱니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칠’만 자주, 제대로 하면 톱니들은 잘 굴러갈 수 있다. 기름칠은 이해와 소통이다. 카타리나 리커의 황희주 사장은 “라티노 직원들은 존중해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한다”며 “성품이 착하고 순박해 업주에게 존경심을 보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당 업주는 “바쁜 점심 손님을 받고 난 뒤 주방에 있는 라티노 종업원과 같이 식사를 할 때는 내 가족 같다"며 "아마 큰 일이 나도 라티노 종업원은 우리 가게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타운 안의 라티노 = ‘코리아타운’이라고 하지만 라티노 커뮤니티를 따로 뗄 수 없을 정도로 타운은 한인과 라티노 커뮤니티의 주거와 상권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8가와 노먼디 코너를 중심으로 라티노 업소들이 퍼져있고, 6가와 알바라도 인근에는 라티노 최대 상권이 존재한다. 바로 옆집에 라티노가 사는 아파트는 타운 곳곳에 있다.
한인타운노동연대(KIWA)가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타운 내 거주민 70% 이상은 해외 출생으로 전체 50% 이상이 멕시코·중미·라틴 아메리카, 20%는 한국 출신이다. 당시 기준 타운 내 라티노 거주민은 11만 7000명 가량이다. 지난 10년간 라티노 인구는 30% 가까이 늘었다. 인구는 늘고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거주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갈등도 자주 빚어진다. 대부분은 경제력 차이에 따른 인종적 편견이 작용한다.
멕시코계 마우리시오(50)씨는 “한인 업주들은 매일 급하고,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며 “알아듣진 못하지만 눈빛에서 감정이 섞여있다는 것, 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해고될까봐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29 폭동의 원인에 대해 “인종 편견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등 다른 여건이 맞물려 생긴 충돌”이라며 “여기에 문화, 가치관에 차이가 크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충돌이 일기 전, 지속적인 이해와 배려·어울림으로 '갈등의 완충지대'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노력이 늦어지면 향후 사소한 일이 큰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IWA 박영준 소장은 “타운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라티노 커뮤니티는 주거와 비즈니스 모두에서 한인 커뮤니티와 접점이 크다”며 “라티노 커뮤니티를 주목하고 같이 가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4·29 LA폭동 = 1991년 3월 과속운전으로 도주하던 로드니 킹을 구타한 백인 경관들에 대한 재판이 1992년 4월 29일 열렸고 이날 오후 무죄평결이 나자 이에 분노한 사우스 센트럴 지역 흑인들이 소요사태를 일으켰고 그 불똥이 LA한인타운으로 튀면서 폭동으로 번졌다. 6일간 지속한 4.29 폭동으로 50여 명이 사망하고 20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300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재희·김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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