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봉제공 출신' 김문수 지사의 '꼼꼼한' 훈수
김문호/경제부 기자
한인 의류협회와 경기도 북미사무소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동두천 봉제단지 조성이 '봉제공' 출신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깐깐한 한 마디에 살짝 제동이 걸렸다.
지난 22일 LA페이스에서 열린 경기섬유마케팅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김 지사는 행사를 마친 뒤 의류협회 사무실에 들러 커피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경기 북미사무소의 이태목 소장은 김 지사에게 봉제단지 조성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경기도로선 미주한인 투자를 유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자바 의류상은 중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수입 절차도 간편한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게 득이 되는 사업이다.
당연히 '좋은 아이디어'라는 격려성 말이 나올 법 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금 한국도 봉제할 만한 인력은 다 외국으로 나가서 구하기 어렵습니다. 봉제단지 조성은 좋은 데 그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조달할 지 등의 꼼꼼한 검토가 우선돼야 합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한국은 봉제를 해도 고급화 쪽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한 김 지사는 "제가 봉제 쪽은 경험이 좀 있지 않습니까. 미싱부터 시아게(마무리)까지"라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지사는 1974년 서울대 재학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제적된 후 청계천 피복공장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한 경험이 있다. '봉제공 출신' 지사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김 지사가 지적한 봉제인력 수급 방안을 놓고 동두천 일대에 거주하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나 일거리를 찾는 가정주부 혹은 교도소 재소자 심지어 중국의 조선족이나 북한 개성공단 주민들을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김 지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봉제 물량을 해낼 만큼 그렇게 많지도 않고 재소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국가에서 밥 먹여 주는 데 봉제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족들도 3D 업종인 봉제 노동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개성공단 인력은 남북통일이나 된 다음 일이니 말을 꺼낼 이유도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지사는 봉제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지만 실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실무자들의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김 지사는 단지조성 추진에 공무원들이 앞장서지 말고 봉제공장 운영 경험이 있는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댈 것을 주문했다. 김 지사는 "공무원들은 법조문은 잘 파악하겠지만 다른 일은 잘 모릅니다. 실무자가 주도하는 TF팀을 꾸려 추진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