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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팔리는 노래 보다는 위로·힘 되는 노래 할래요"…내달 두번째 앨범 출시 앞둔 한국계 싱어송 라이터, '프리실라 안'

세계적 재즈 명가 '블루 노트' 서 영입
청아한 목소리 '제2의 노라 존스' 극찬
첫 앨범 드라마·영화 삽입되며 빅히트
한인 엄마와의 '정'…행복 에너지 원천

그녀가 돌아왔다.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 그녀는 재즈 음악계의 세계적 명가 블루노트 레이블에게 간택된 신데렐라였다. 최고의 음악성과 독창성을 지녀야만 입성할 수 있는 블루노트 레이블은 2008년 프리실라 안의 청아한 목소리와 감미로운 음악에 반해 그녀를 영입했다. 음악계는 그녀에게 '제 2의 노라 존스'라는 극찬을 보냈다.

그녀가 만들어낸 신비롭고도 편안한 음악,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듯 곱고 부드러운 노랫말은 심플한 편곡과 맑고 투명한 음색을 만나 음악팬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1집 앨범 '어 굿 데이(A Good Day)'은 아이튠스가 선정한 금주의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었고 수록곡 '드림(Dream)'과 '워터폴(Waterfall)'등은 각종 드라마와 영화 등에 삽입되며 수많은 매니아층을 낳았다.

5월 3일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된다. 재즈와 포크 컨트리와 얼터너티브가 아름답게 결합된 음악 스타일은 더 깊고 성숙해졌다. 앨범 타이틀은 '웬 유 그로우 업(When You Grow Up)'. 앨범 출시를 앞두고 만난 프리실라 안은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만든 앨범"이라고 새 음악에 대해 소개했다.

"어릴 때 느꼈던 낯설음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들을 어른이 된 지금 되돌아 보고 싶었어요. 되돌아 보면 그땐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힘들었던 이야기와 그로 인한 성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힘들게 그 시절의 어두웠던 감정을 끄집어내기보다는 그 시간을 지나 보내고 평화를 찾은 오늘날의 저로서 긍정적인 감정들을 노래하고자 했지요."



노래 부를 때와는 달리 소녀같이 귀여운 목소리로 시종 까르르 웃어대는 프리실라를 보면 어린 시절마저 행복하고 화사하기만 했을 것 같다. 그녀가 느꼈다는 고독이나 이질감도 남다른 감수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프고 시린 사춘기 시절이 있었단다.

"제가 살던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동네엔 아시안이 전혀 없었어요. 한국계였던 저는 항상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었죠. 부모님과도 마찰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한 때 술을 너무 많이 드셨거든요. 끊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언제나 완고하셨어요. 한국적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계시던 엄마는 모든 것에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기만 하셨죠. 언제나 도망가고 싶었고 나만의 시간 나만의 장소를 갖고 싶었어요. 친구도 많이 없었지요."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 때 느꼈던 모든 감정들은 프리실라 안의 음악적 자양분이 됐다. 자라나면서는 부모님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모든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고 오히려 더욱 끈끈해진 가족간의 정을 맘 속에 키워나가게 됐단다. 그녀의 음악에 행복한 에너지와 밝은 감성이 가득한 이유다.

"커가면서 제 자신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해요. 이제 어머니와 베스트 프렌드가 됐죠. 음악을 시작하면서는 기억하기 쉬운 엄마의 성을 따 이름도 프리실라 안으로 바꾼 거랍니다."

모녀지간 관계가 돈독해질수록 프리실라의 한국계로서의 정체성도 더욱 커져 간다. 어린 시절에도 2년에 한 번 꼴로 가족들과 한국을 방문했었지만 음악을 시작한 후 더 자주 한국을 찾게 됐다. 지산 록 페스티벌이나 홍대 상상마당에서 공연했을 때 한국 팬들이 보여준 뜨거운 환영과 열광적 호응은 그녀가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된 이유가 됐다.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에 대한 친근함도 갈수록 커진다. '올드 보이'와 '커피 프린스'를 챙겨 보고 한인타운 찜질방을 수시로 드나들고 아플 땐 시원한 미역국을 먹어야 기운을 차린다는 그녀에게서 한국인의 정서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요새 들어서는 한국 음악도 많이 듣는다. 조만간 가수 성시경이 부른 '두 사람'이란 노래를 한국어로 다시 불러 발표할 계획도 있다.

모든 뮤지션들이 그렇듯 그녀도 2집의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1집의 완성도와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대중성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스태프들도 '더 잘 팔리는 노래 라디오에서 더 많이 나올 법한 노래를 만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제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도저히 안 나오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써 주는 곡은 저에게 맞질 않고요. 심지어 남편을 붙잡고 '나 작곡 못하겠어'하며 엉엉 울었다니까요. 그건 제 노래가 아닌걸요. 뭔가 진실되지 못하고 거짓인 것 같았어요. 모든 노래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 순간 음악은 저에게 일이 될 테니까요."

모두가 '제 2의 노라 존스'를 기대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냥 '단 한 명 뿐인 프리실라 안'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제 2의 노라 존스'라는 말은 최고의 영광이에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존재죠. 선배 뮤지션으로서도 존경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 놀 때도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노라 존스 덕에 제 노래처럼 포크나 컨트리 스타일이 가미된 음악도 블루노트를 통해 발표되고 팬들에게 사랑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노라 존스 같은 음악'을 하라 그러면 전 방법을 모르겠어요. 음악엔 공식이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프라실라의 음악은 노라 존스에겐 없는 그만의 독특한 힘을 지녔다. 바로 위로와 치유의 힘이다. 그녀의 음악을 들은 많은 음악 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소리다.

"음악은 제게 휴식이었어요. 전 제 자신에게 힘이 되기 위해 음악을 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음악이 다른 분들에게도 힘이 된다니 신기하죠. 너무나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 제 노래를 듣고 힘을 냈다는 팬들의 반응을 들을 땐 정말 보람돼요. 우리 모두의 감성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도 실감하게 되죠."

새 앨범에 대한 반응은 벌써 뜨겁다. 그녀의 홈페이지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앨범 표지와 일부 노래들만으로도 팬들은 벌써 한껏 들떠있다. 투어 준비도 한창이다. 한국 공연 일정도 조율 중에 있다.

징조도 좋다. 앨범 발매 바로 다음 날인 4일에는 ABC TV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에서 라이브 공연도 하게 됐다. 한국계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가 출연 중인 최고 인기의 리얼리티 쇼다. 프리실라는 "어머니께 보여 드리게 하인스 워드와 꼭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들뜬 얼굴이다.

그녀에게 "음악 인생을 여행에 비유해본다면 어디쯤 와 있는 것 같냐"고 묻자 "아직 시작 즈음이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평생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언젠가 아이를 가져 엄마가 된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도 만들어 볼까 해요. 그 동안은 제 자신을 찾기 위한 음악을 해 왔다면 이제 뭔가 다른 걸 찾아 떠나봐야죠.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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