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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자같은 아기들 줄 거잖아, 한 땀 한 땀 심는 바느질 정성"

'코리안 바느질 클럽' 할머니들 10년째 굿사마리탄 병원서 봉사

이태리 장인은 한 땀 한 땀 현빈의 명품 트레이닝복을 만들었다. '삶의 장인'인 할머니들은 한 땀 한 땀 아기옷을 만들었다. 그리고 명품 한마디를 전했다. "얘들아 태어나 줘서 고마워."

19일 정오 굿사마리탄 병원 2층에서 20여 명의 할머니들이 코바느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코리안 바느질클럽(회장 김진현)은 신생아들의 옷.턱받이.담요 등을 손수 만들어 왔다. 2002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만든 아기 옷가지는 모두 1만9360벌. 뜨개 양말 한 켤레 만드는 데 2시간 30분이 걸린다. "아기들은 다 예쁘잖아. 다 내 손자같아." 김진현 회장의 웃음이 푸근하다.

그는 10년 전 어느 날 갓 낳은 아기를 보자기에 대충 둘러싸고 문을 나서는 미혼모를 만나면서 클럽 결성을 다짐했단다. "무사히 태어나 준 것만도 기특하잖아. 예쁜 꼬까옷 한 벌 선물하고 싶었어."

클럽은 100달러로 시작했다. 회원들은 사비를 털어 옷감과 실을 샀다.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한 달에 2번씩 모여 옷을 지었다. 할머니들의 마음에 감동한 굿사마리탄 병원은 작업실과 식사는 물론 모든 재료비를 제공해 왔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은 처음 봅니다. 봉사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분들이죠"라며 앤디 리카 병원장은 할머니들의 손을 꼭 잡았다. 오랫동안 이어진 인연이다 보니 살가운 인사와 농담은 기본이다.

"한국 여성들은 마력이 있어요. 사람을 자꾸 끌어당겨요. 요즘 우리 둘째도 (한인 여자친구에) 푹 빠져 전화기에서 손을 떼질 못해요.(웃음)"

병원은 28일 열릴 정기 이사회에서 바느질 클럽의 활동 내역을 상세히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은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 모여 만든 옷가지를 병원에 전달하고 있다. 2주일동안 열심히 만들면 옷 35벌 담요 15개가 나온다. 꼼꼼하게 두 겹으로 뜨개질을 하다 보니 시간은 배가 되고 눈은 침침해진다. 클럽 회원의 평균나이는 80세 가장 어린 할머니가 72세다.

롱비치에서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온 이금옥(74)씨는 아기옷 만드는 순간이 너무 즐겁다고 했다. 노인아파트에 혼자 사는 이정선(80)씨도 "남편없어도 지금이 좋아. 조그마한 일이라도 할 수 있잖아. 밖에서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있는 아기를 만나면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다. 코바늘과 재봉틀은 정신없는데 할머니의 미소는 여유롭고 풍성하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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