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성서인물열전] 드루실라, 용암 속에 매몰된 절세의 미인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주후 79년 8월 24일 무덥던 여름 오후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는 용암에 뒤덮혔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도시 전체와 2만여 명의 주민이 용암과 화산재에 파묻혀 사라졌다. 비운의 역사는 도시의 마지막이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위락시설로 로마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리조트 도시가 한순간에 초토화될 때 흘러내리는 용암 속에 매몰된 성서의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의 비극적 죽음은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이력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녀의 이름은 드루실라였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드루실라는 요한의 형제인 야고보 사도를 살해한 후(주후 44년) 비명횡사한 헤롯 아그립바 1세의 막내딸이자 아그립바 2세의 누이였다.

아버지 헤롯 아그립바 1세가 죽었을 때 드루실라의 나이는 불과 여섯 살이었다.



다른 자매들에 비해 용모에 출중했던 드루실라는 여섯 살 나이에 부친에 의해 동부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에 위치한 코마게네(Commagene) 태자 에비파네스라는 사람과 약혼하였지만 그가 유대교 입교를 거부하므로 파혼당하고 만다.

드루실라가 16세 되던 해 아그립바 2세는 그녀를 수리아의 작은 분봉국이었던 에메사(Emesa)의 아지스(Azizus) 왕에게 시집을 보내었다.

드루실라는 결혼한 지 일 년 후 그녀의 미모에 매혹된 유대의 총독 벨릭스의 꾐에 빠져 유대의 율법을 무시하고 남편 아지스와 이혼하고 벨릭스의 세 번째 아내가 되었다.

노예출신이었던 벨릭스는 자유민의 신분을 얻어 유대 총독자리에까지 오른 전형적인 권력지향적인 야심가로서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이들이면 누구나 제거하였던 잔인한 인물이었으며 뇌물과 여자를 탐하였던 탐욕스런 인물이었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세 번씩이나 부당하게 이혼한 경력의 소유자였던 드루실라는 세 번째 남편인 벨릭스 못지않게 권력을 탐하는 여인이었던 것 같다.

벨릭스가 유대지역 총독으로 있을 때 바울은 유대인들의 고소로 체포되어 가이사랴 빌립보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그를 대면하게 되었다. 그 때 드루실라는 새로운 종교의 전도자인 바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듣고자 하였다.

드루실라가 바울을 심문하는 법정에 남편인 벨릭스와 함께 나왔을 때 의와 절제와 장차 오는 심판에 관하여 바울이 설파하는 강론을 듣고서 그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내심 두려워하면서 양심의 찔림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죄와 부정으로 찌들대로 찌든 자신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그것을 뉘우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드러날까 봐 일말의 양심의 가책마저 짓밟아 버렸을 것이다. 결국 드루실라는 바울의 설교를 가로막고서 바울을 감옥으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바울이 가난한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을 돕기 위하여 이방교회로부터 모금한 돈을 들고 왔다는 사실을 안 벨릭스는 은근히 그로부터 뇌물을 기대했지만 바울은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벨릭스의 학정에 신물이 난 유대인들이 그의 부정과 부패를 당시 로마황제였던 네로에게 고소하였고 이로써 그의 정치 생명도 끝장나고 말았다.

간신히 형벌은 면하였지만 베수비오로 추방된 벨릭스와 함께 드루실라는 그곳에서 머물다가 화산의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 아래 결국 그녀의 아들과 함께 매몰되고 말았다.

절세의 미인이었지만 방자하고 권력지향적이었던 드루실라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채 그녀는 자신의 죄악과 함께 굳어진 용암 속에 영원히 박제되고 말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