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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계 지적장애인 세례 놓고 '불편한 논쟁'…'평등하게 주어진 권리' 하지만 현실은…

사랑 강조한 성경과 상충
가톨릭 "문제없다" 명문화

찬 "유아세례도 주는데
왜 이들에겐 안되나"
vs
"스스로 고백 못하면
믿음 판단 어렵다" 반


한인교계가 장애인 사역에 있어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면 지적장애인 세례 혹은 침례 문제다. 세례나 침례는 교회안에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권리지만 지적 장애인들에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본지가 LA인근 16개 중대형 한인교회 목회자들에게 지적 장애인 세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중 5개 교회가 '세례를 줄 수 없다'거나 '아직까지 전례가 없어 잘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유는 교회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세례 규정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회는 세례를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세례문답을 통해 스스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최소한의 요건은 교계에서 '불편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글자 그대로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자폐아나 정도가 심한 정신지체 장애인은 자기의사를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세례를 받을 준비가 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등과 사랑을 실천한다는 성경의 가르침에는 상충하는 논리다.

이 불편한 논리 사이에서 장애인들은 교회에서조차 차별을 느끼고 있다.



20년 역사를 가진 뉴욕의 한 한인 교회에서는 최근 장애인 아동에게 세례를 주겠다고 했지만 마지막 심의에서 거절했다. 부모의 믿음이 약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 세례는 공평해야 하지만 신학적인 해석을 놓고 지적 장애인 세례에 대한 교계의 찬반론은 뜨겁다.

찬성하는 의견중에서는 "유아세례도 주는데 장애인의 세례가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조이장애선교센터의 김홍덕 목사는 "말은 표현의 수단일 뿐이지 말 할 수 없다고 해서 신앙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유아에게 세례를 줄 수 없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톨릭과 비교해서도 개신교계의 망설임은 뚜렷하게 대조되고 있다.

'가톨릭 제 3관 장애인의 세례 제 57조'에서는 전면적 정신 장애인에 대한 세례는 어린이의 세례에 준한다고 말한다. 또 부분적 정신 장애인에게는 가능한 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의사 표시가 있은 다음 세례받게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례에 난색을 표한 교회도 논리적인 근거는 있다.

박모 목사는 "과연 세례를 받는 장애인의 믿음이 확실한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례를 주는 것은 인간적인 욕심"이라면서 "세례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목회자의 말할 수 없는 고뇌도 크다"고 말했다.

침례를 하는 교회에서는 방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삼는다.

김모 목사는 "물에 몸이 잠기는 침례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자칫 공황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서 "주고 싶지만 방법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교회와 교단별로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에서 교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NC 온누리교회에서는 그 대안으로 그림 세례문답을 시행중이다.

장애사역담당자인 김의구 목사는 "천국 그림이나 십자가 예수님이 돌아가신 그림을 보여주고 믿음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O X로 자신이 믿음 여부를 밝힐 수 있도록 세례 문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교계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교계에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고려신학교 교수회는 최근 비교적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 주목을 끈다. 우선 온가족이 세례를 받았을 경우 유아세례와 동일한 바탕위에서 장애인에게도 세례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교인이 아니라면 교회 공동체에서 이들을 보살핀 교사나 교역자들을 '언약의 후견인'으로 간주해 조심스레 세례 여부를 타진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려신학교는 보수신학을 대표하는 학교중 하나여서 이같은 의견은 장애인 세례에 대한 교계의 인식 변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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