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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철도의 역사] 1899년 제물포~노량진 잇는 증기차 첫선…남·여 칸 따로 있었죠

철도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철도로 전국의 주요 거점도시를 90분대에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내놨습니다. 서울서 부산까지는 1시간43분, 목포까지는 1시간11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철도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서울~부산을 1시간 만에 오갈 수 있는 시대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시속 400㎞ 이상의 속도를 내는 초(超)고속철도 개발도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증기차 1호의 속도는 시속 20km

국내에 철도가 처음 운행된 것은 1899년 9월 18일이다. 인천 제물포와 서울 노량진을 잇는 33.2㎞ 철길에 미국 브룩스(BROOKS)사가 제작한 모갈형 증기기관차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이 증기차는 일본이 부품 단위로 수입한 뒤 인천공장에서 조립해 투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증기차는 기관차·탄수차·객차 등으로 구성됐다. 탄수차에 실은 석탄을 때서 보일러를 데워 증기가 발생하면, 이 증기의 힘으로 차 바퀴를 돌려 달리는 방식이다.

모갈형 증기차가 처음 운행될 당시 객차는 외국인과 남·여가 따로 타는 칸이 있었다. 제물포~노량진을 하루 두 번씩 왕복했고 평균 운행 속도는 시속 20㎞ 정도였다. 모갈형 증기차는 이후 독일에서 수입된 푸러형 증기차 등으로 대체됐다. 폐차 시기는 불투명하다. 코레일 김중학 과장은 “해방 이전인 1930년대 후반에 폐차돼 소멸된 것으로 보이지만 6·25 한국전쟁 당시 서울공작창에서 인민군의 공습을 맞았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45년 12월에는 국내 기술로 처음 만든 증기차인 해방 1호가 영등포 ~수원 구간에 투입됐다. 이 증기차는 용산공작소 영등포공장에서 제작해 객차 20량을 연결해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2000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증기기관차는 48년 당시 631량이 운용될 정도로 철도 대동맥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디젤기관차가 출현하면서 운행 68년 만인 67년 8월 31일 증기차 시대는 막을 내렸다. 증기차의 운행보다 5개월여 앞선 1899년 4월 8일 서울 서대문~청량리에는 전차(電車)가 운행되기도 했다. 공중에 설치된 전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모터를 회전시켜 운행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샌프란시스코(미국)나 프라하(체코) 등에서 현재 운행 중인 트램과 비슷한 전차였다. 하지만 서울 시내를 달렸던 전차는 1969년 자동차에 밀려 모두 폐기됐다.

1980년대 디젤기관차 국산화 성공

디젤기관차는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이 군수물자 수송용으로 처음 들여왔다. 유엔군은 전쟁 중 50여 량을 운용하다 휴전이 되자 4량을 기증했고, 이 4량의 디젤차가 국내 철도 중흥시대를 이끈 밑거름이 됐다. 디젤기관차는 1912년 처음 운행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널리 보급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기울기가 심하거나 터널이 많아 증기기관차의 운용이 힘들었던 중앙선 풍기~단양 간에 처음 투입됐다. 이후 1956년 제천기관차 사무소에서 디젤기관차 정비업무를 전담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기술로 정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 정부는 이후 수차례에 걸쳐 미국 경제개발처(AID) 등에서 차관을 얻어 미국 GMC에서 357량, ALCO에서 49량 등을 수입해 국내 철도의 주종 차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80년대에는 현대정공이 미국 GMC와 기술 제휴해 국산 디젤기관차를 생산하면서 우리 철도의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디젤기관차(전기)는 먼저 디젤기관을 통해 경유를 태워 열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고 이를 다시 전기로 바꿔 바퀴를 돌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후 등장하는 전기기관차와 달리 스스로 발전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동력을 공급받지 않고 한 번 연료를 채우면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어 연료 효율이 높다. 또 정지와 출발을 신속히 할 수 있고 잔고장이 없어 자주 정비를 하지 않아도 돼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속도는 시속 150㎞ 안팎까지 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젤기관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중이다. 바로 환경 문제 때문이다. 디젤기관차는 경유를 연소시키다 보니 매연이 많이 난다. 코레일은 99년 504대에 이르던 디젤기관차를 매년 수십 대씩 폐차해 3월 현재 330대만 운행 중이다. 또 올해 9대를 비롯해 2015년까지 78대를 추가로 폐차할 계획이다. 디젤기관차가 사라지는 곳에는 전기기관차·KTX·전기동차 등이 대체되고 있다.

시속 300㎞ 고속전기열차의 등장

KTX를 비롯해 수도권 전동차, 경춘선 전차 등 최근 개통된 노선은 대부분 전기기관차가 차지하고 있다. 전기기관차는 선로 위에 설치된 가선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움직인다. 디젤기관차에 비해 견인 성능이 뛰어나고 구릉 지형이나 작은 반경의 곤선에서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에 적합한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기가 동력인 만큼 환경 오염이 적어 녹색 철도시대를 열 주인공으로 꼽힌다. 차량이나 선로·전기선 등을 개선하면 200㎞ 이상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도 전기기관차가 대세다.

전기기관차는 72년 태백지구의 생산품을 수송하기 위해 고한~증산 간 10.7㎞ 구간에서 처음 운행됐다. 이후 중앙·태백·영동선 등 산악지대의 산업선에 주로 투입됐다. 또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71년부터 시작된 수도권 전철화 사업에 따라 서울·부산·인천·대구 등에서도 전철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됐다. 전기기관차는 90년대 들어 시속 300㎞까지 낼 수 있는 고속열차가 등장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프랑스 고속철도 차량인 TGV(테제베)기술을 이전받아 2004년 4월 1일부터 KTX를 개통했다. KTX는 세계 다섯째로 시속 300㎞의 속도혁명을 이룬 고속열차로 꼽힌다. KTX는 전국을 두 시간 생활권으로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교통문화의 패러다임을 보여줬다.

철도 역사는 속도 경쟁의 역사
자기부상열차가 ‘종결자’


철도로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는 얼마나 될까.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가장 보편화된 전차는 운행속도에 따라 완속·고속·초고속 전철로 분류된다. 완속전철은 수도권 전철처럼 시속 200㎞ 이하로 달리는 전차다. 운전속도가 시속 200㎞ 이상인 경우를 고속전철로 분류한다. KTX가 대표적이다. 보통 시속 400㎞ 이상이 나오면 초고속전철로 불린다. 전차가 속도를 높이려면 먼저 차량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선로·신호제어기술·전기장치 등의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고속전철, 나아가 초고속전철을 개발할 수 있다.

고속전철은 일본이 가장 먼저 개발했다. 1964년 도카이도(東海道)에 투입된 신칸센(新幹線)이 시속 200㎞를 달성했다. 당시 전차의 최고속도로 시속 160㎞ 정도를 당연시했던 프랑스나 독일 같은 철도 선진국들에 충격을 안겨줬다. 물론 독일은 2차대전 전 이미 시속 200㎞를 넘었고, 프랑스의 전기기관차도 시속 331㎞로 주행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철도 선진국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독일은 1977년 기존선을 개량해 시속 220㎞를 달성했다. 신칸센은 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레일이 하나로 연결된 신선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이 끊긴 기존선으로 시속 200㎞를 낸 것은 엄청난 기술의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1년에는 시속 280㎞인 이체(ICE)의 운행을 시작했다. 프랑스 역시 1996년 기존선을 개량해 시속 200㎞를 달성했다. 이어 1994년 영불해협에 시속 300㎞의 유로스타를 투입했다.

현재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전차의 속도경쟁은 자기부상열차로 모아지고 있다. 전차가 400㎞ 이상의 속도를 내려면 열차가 레일 위에 붙어 달리는 기존의 레일점착방식(wheel on rail)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차량과 레일 간의 마찰력 때문에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기부상열차(magnetic levitation train)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자기력에 의해 차량이 궤도 위를 떠서 달리는 비접촉식이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다. 또 차량의 바퀴에 해당하는 대차가 궤도를 감싸는 구조여서 탈선의 위험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는 독일이 제작해 중국에서 운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를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현대로템과 철도기술연구원 등이 개발 중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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