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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애비뉴] "비에 젖은 시애틀은 제게 기쁨을 준 청정 도시입니다"

갑자기 떠난 여행의 즐거움
작은 순간과 공간도 소중히

블로그 '바다 내 그리움' 의 블로거 '자카란다' (본명: 이수인 캘리포니아 거주) http://blog.koreadaily.com/suinlkim

비 내리는 아침입니다. 시애틀의 전형적인 날씨 속에 벌써 여러밤이 지났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가서 비오는 바닷가에서 자갈 밭을 우산 쓰고 걸었지요. 유니언 스테이션 유리 박물관 마운틴 레이니어 가는 길에 본 작은 교회당의 잘라진 나무 등걸과 고철로 만든 조각 공원의 작품들 호젓한 곳에 자리잡은 쾌적한 모텔과 저녁 카페에서의 순한 핑크 와인 한 잔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리곤 시애틀에서 왕복 3백마일의 레븐워스에 도착했습니다. 이층에서 내려다 본 불 켜진 저녁 거리에 탄성이 저절로 튀어 나왔습니다. 메인 스트리트의 오스트리아 상점 이층에 자리한 스위트룸은 넓은 거실에 부엌까지 얼마나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이었는지. 약간은 싸늘해진 밤 거리에서 쏘다니다가 독일 전통 의상을 입은 아가씨의 시중을 받으며 독일의 음료 맥주 한 잔도 마셔보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내다 본 안개 낀 거리의 풍경 강가에서의 산책 오는 길에 인사를 주고 받은 찻집에서의 블랙 티 한 잔. 오후에는 워터프론트 호수의 숲 길을 바스락 소리에 즐거워 하며 멋지게 산책하고 캐시미어라는 조그만 올드 타운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런 작고 오래 된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더 할 수 없는 재미입니다. 베이커리에서 파는 조그만 펌킨과 피칸 파이도 사먹었습니다. 레븐워스에서 캐시미어로 가는 길에는 유명한 사과 농장이 끝없이 이어져 간간이 서 있는 키 큰 미루나무와 함께 운치를 더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애틀의 안개에 젖어 며칠을 보냈습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떠나오던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갑자기 스케줄을 잡고 작정은 했지만 잘 하는 일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올래?" 한마디 던진 말에 덜컹 티켓을 사버린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열흘이나.

인간의 삶이 나그네의 삶이어서인지 인간은 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먼 곳에의 향수를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작가는 모든 인간은 '역마'에 대한 꿈을 안고 산다고 했습니다. 내면에 쌓인 역마를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한다고요.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 듯해서 아니면 내 속의 역마가 발동해서 탈출을 시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다니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함께 노래도 부르고 열흘 동안 참 평안하고 즐거웠습니다. 가라앉았던 제 마음과 몸도 회복 되었습니다. 시애틀! 생각만 해도 제게 기쁨을 주는 청정한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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