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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 '엄마'의 존재 가치 느껴 보세요

송온경/도서미디어교사·데이비슨 초등학교

'엄마'라는 말에는 '어머니'와 다른 다정하고 친근한 느낌이 있다. 세살짜리 아이가 백화점에서 얼마전까지 손을 잡고 있던 엄마가 안보이자 '엄마'하고 외친다. 울먹이면서…. 학교에 갔다온 아이는 "엄마, 배고파. 밥주세요" 하면서 당당하게 밥을 요구한다. 틴에이저가 된 아이는 "엄마 돈좀 주세요" "픽업 해주세요" 하면서 주로 선택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구를 한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난 아이는 대학등록금만 해결되면 엄마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서 채울 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엄마의 존재가치가 별로 없어진 엄마는 한 남자의 아내이다. 평생 '집사람'으로 불리우며 식구들의 밥상 차리는 일을 거르지 않고 해왔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오면, 부리나케 하던 일을 멈추고 부엌에 들어가 밥을 차린다. 그뿐인가 설겆이, 청소, 빨래, 자녀교육도 엄마몫이다. 밖에 나가 일을 하고 돌아와서도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의 귀재인 엄마의 존재가치를 가족들이 재점검해보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2008년에 한국에서 출판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이 미국의 크노프출판사에 의해 출간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5일 뉴욕총영사관에서 있었던 작가의 영문판 소설 'Please Look After Mom'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한국의 3대 방송사와 동포 언론사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담담한 모습으로 마이크 앞에 섰던 신경숙 작가의 진솔한 모습과 소박한 말솜씨에 속으로 그녀의 미국 입성을 축하하고 있었다. 작가의 친필사인을 받은 이 소설의 영문판 커버를 열자마자 나는 쉬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아버지의 뒤를 따르던) 어머니가 실종된지 일주일이 지났다"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 간단한 한 문장이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왜? 어쩌다가? 찾을 수 있을까?" 독자들은 자꾸 떠오르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 읽게 된다. 이정도면 소설은 성공한 것이다. 그만큼 첫 페이지가 중요하다.

그 다음 엄마의 실종에 대처하는 자녀들과 남편의 반응이 각기 다르다. 아버지, 엄마, 큰아들, 딸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1950년대부터 반세기를 살아온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어머니에 대한 인물묘사가 탁월하다. 몰래 숨겨놓은 라면을 끓여서 장차 검사가 될 큰아들에게만 주는 어머니, 어디를 함께 갈 때면 늘 앞장서서 걷던 아버지의 뒤를 따르던 어머니, 아버지가 안 들어오셔도 늘 아랫목에 따뜻한 밥을 묻어두던 어머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에게 여동생을 의탁하며 늘 미안해하는 어머니, 늘 집안팎을 반짝 반짝 닦아놓는 어머니….

특히, 동네의 어머니 잃은 아이들을 데려다 매일 꼬박 세끼니를 정성껏 차려주거나, 산고하다 돌아간 어머니 대신 아기에게 젖을 물려준다든가, 돈이 없어 중학교를 못간 시동생에게 늘 미안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196~70년대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을 대표하는 모성애와 인간애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는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가난함속에서 풍요로웠던 가족애에 대한 향수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영국 출신 동화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이 직접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 Piggybook에는 좋은 집에 여유있게 사는 한가족이 나온다. 아침마다 식탁에 앉아 아침식사를 재촉하는 남편과 두 아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설겆이와 청소를 하고나서 직장에 출근하는 아내이자 엄마. 저녁이면 배고프다고 저녁식사를 재촉하는 남편과 두 아들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다림질을 하고나서는 또 내일 먹을 음식을 만드는 사이에 남편과 두아들은 텔레비젼을 본다. 어느날 집에 돌아오자 아내와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처음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설겆이를 하고 청소를 하는 세 부자는 음식을 태우고 집안을 돼지우리처럼 만들어버린다. 빨래도 안해서 이제는 돼지로 변한 세 부자에게 어느날 아내와 엄마가 다시 돌아오고 그후부터 세 부자는 열심히 집안일을 도운다는 이야기다.

가정에서 '엄마'가 처한 상황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고, '엄마'의 가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함을 한국 소설과 미국 동화를 통해 느껴보게 된다. Please Look After Mom은 이곳에서 태어난 영어권의 고등학생·대학생 자녀들에게 1950~70년대를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줄기찬 생명력과 따스한 마음씨를 지닌 엄마의 모성애를, Piggybook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평소에 당연하게만 여겼던 엄마의 존재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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