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연극 리뷰] 대학살의 신(God of Camage)…등장 인물들의 가식적 '거짓 자아' 에 투영된 우리들의 모습

2009년 토니상 연극부문 3관왕 차지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커져
초연 멤버들 90분간 리드미컬한 설전

아이 둘이 싸웠다. 투닥대다 한 아이가 막대기로 다른 아이의 얼굴을 때려 이가 두 개 빠졌다. 그래서 부모가 만났다. 연극 '대학살의 신'(God of Carnage)의 시작은 그 지점이다. 처음엔 두 부부 모두 있는대로 고상한 척을 한다. 하지만 점점 그 뒤에 감춰진 위선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것도 아주 코믹하게.

'가해자'의 부모인 아네트와 앨런은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자'의 부모인 베로니카와 마이클은 이를 점잖게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왠걸. 일중독자인 변호사 앨런은 이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고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아네트는 그런 남편이 현기증이 나고 메스꺼울만큼 싫다. 베로니카는 까탈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말 한마디 화병에 꽂은 꽃 한송이도 빈틈없는 여자다. 이 상황에서도 절대 얕보이거나 손해를 볼 수는 없다는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생활용품 도매업을 하는 남편 마이클은 그런 아내에게 억눌려 있는게 많은 남자다. 참고 참으며 살았지만 이제 그 감정은 폭발 일보직전에 왔다. 결국 이들은 폭발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폭발하는 것이다. 부부 대 부부로 싸우고 남자 대 여자로 싸우고 일 대 일로 싸우고 욕하고 소리치고 토하고 던지고 두들겨 팬다.

연극은 이게 다다. 배경 한 번 안 바뀌고 단 네 명의 등장인물이 90분간 쉴새 없이 말을 주고 받으며 싸운다. 그러나 절대 폭력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우습다. 소통의 단절 억눌린 욕망과 허영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꾸며낸 거짓 자아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한 꺼풀씩 드러나며 알싸한 웃음을 준다. 거기에 우리 자신의 모습도 있다. 때문에 포복절도를 하다가도 뜨끔해진다.

2009년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의 3관왕을 차지한 바 있는 연극 '대학살의 신'의 힘이다. 세계적인 극작가 야스마나 레자의 최신작으로 이미 한국에서도 번역 연출돼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휩쓴 바 있다. 영화화 작업도 한창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을 캐스팅해 만들고 있다.

이 화제작이 LA에 이제서야 오다니 조금 늦은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초연 멤버들이 그대로 다시 뭉친 배우진에 위로를 받는다. 제프 대니얼스 호프 데이비스 제임스 갠돌피니 마르시아 하덴 네 배우가 쉴 새 없이 부딪히며 빚어내는 리드미컬한 연극적 충돌은 짜릿하기만 하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LA다운타운 뮤직센터 내 어맨슨 극장에서 오는 5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화~금요일은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2시와 8시 일요일은 오후 1시와 6시30분에 공연되며 티켓 가격은 20~120달러다.

▶문의: (213)972-4400 www.CenterTheatreGroup.org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