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와이 이민 다큐멘터리-22] 티후아나 한인회2

"나라 빼앗긴 설움 되새기자" 3.1절·광복절 중시

▶1천여 한인 … 순수 한국계 50가족

당시 멕시코의 티후아나에는 1천 여명 한국계 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 중에서 순수한 한국 혈통을 지닌 사람들은 50여 가족 정도이다. 그들은 비록 한국어를 모르고 풍습을 모르지만 가능한 한 한국의 피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이유로 한인회 회원들은 일가이고 친척들이다.

박성철 관장의 얘기다.

"교민회에 가서 보면 서로들 일가 친척이 안되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 나라로 보면 중혼 비슷한 것입니다만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촌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당숙이라고도 하고 처남도 되고 말이죠. 그러니까 여기 교민회는 가족끼리 연대 관계가 잘 맺어졌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느 다른 교민회보다도 가장 잘 조직이 되고 또 가장 잘 움직여지고 있는 교민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 티후아나 한인회원 중에서 한국을 직접 보고 온 사람들은 서너 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한국을 알고 있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얘기들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멕시코에서 나서 그곳에서 자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금까지 광복절과 3.1절 때면 잊지 않고 기념식을 갖는다.

▶한국말 못해도 광복절삼일절행사

티후아나 강정부씨의 얘기다.

"한국에서 하는 모든 주요 행사는 이곳 교민회관에서 함께 치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3.1절 행사. 3.1절 행사는 특히 이 양반들이 오게 된 동기가 일본사람들에게 한국이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왔다는 이유로 3.1절 행사와 광복절 행사가 큽니다. 여기서는 광복절 이라는 이름보다는 8월15일이 더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광복절을 스페인어로 〈팔월 십오일> 이라고 그대로 풀어씁니다. 삼일절도 그렇고요."

티후아나의 한인회는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인다. 매월 첫 번째 화요일과 세 번째 화요일에 모인다.

▶한달 2회 노인 어린이 모두 모여

베드로 디아스씨의 얘기다.

"우리는 한 달에 두 번씩 모입니다. 모이면 지난 일들을 얘기하고 잘못된 일들이 있으면 수정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것들도 토의합니다. 그리고 재미있게 놀기도 합니다. 노인과 젊은이 그리고 어린이까지 모입니다. 대개 한국에 대해서 얘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하자면 친목단체입니다."

어느 단체이건 모이기 위해서는 회비라는 것을 내기 마련이다. 어떤 단체는 회비를 내는 것이 부담이 돼서 회원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티후아나의 한인회는 그 점에서도 다르다.

한인회장 마누엘씨의 얘기다.

"우리의 수입원은 회비와 교민회관을 빌려준 임대료입니다. 회관에서는 생일파티나 결혼 등 각종행사를 합니다. 이 임대료에서 보충하고 있습니다."

▶무대와 조명 갖춘 회관 임대 운영

티후아나에 있는 한인회관은 200여 평의 넓은 홀을 가진 단층건물이다. 무대도 있고 조명장치도 돼있다. 그리고 사무실이 독립돼 있고 한쪽에는 파티를 할 때 필요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취사장도 마련돼 있다. 당시 티후아나시에서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그런 회관이라면 일류급이다.

결혼식이나 파티를 할 때면 임대료를 한번 사용에 2백 70달러 우리 돈으로 13만5천원(1977년 당시)을 받는다. 한국계 동포들이 회관을 사용할 때는 훨씬 싼 값인 55달러 우리 돈으로 2만 7천 500원을 받고 있다. 그 돈은 물론 한인회를 운영하는 데 쓰여진다.

이들이 회비를 내는 것도 한국식의 회비와는 다르다.

▶회비는 형편대로 직접 정해 납부

김경우씨의 얘기다.

"한인회를 운영하는데 회비를 지원해서 내게 돼있습니다. 자기 형편대로 자기가 얼마를 내겠다 하면 그것이 자기가 내는 금액이 돼 가지고 매달 그 액수를 내면 됩니다."

티후아나의 한국인들은 한국을 모른다. 그들에게 한국은 너무도 먼 나라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다녀 온다해도 20여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 관한 책자가 필요해도 쉽게 구하기 힘들다.

멕시코의 한국대사관에서는 가끔 그들에게 영화필름을 보내 준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언젠가 한번은 그곳에 가 보고 싶은 것이다. 엄마에게 어렸을 때 들었던 한국을 가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래 전부터 한국에 가보는 것을 그들의 숙제로 남겨두고 있다.

마누엘 회장의 설명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모릅니다. 그래서 저 뿐 아니라 모든 동포 회원들이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합니다. 대사관에서 책자도 보내줍니다만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기록영화를 봐서 한국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나 동포회원들은 한국에 가길 원합니다."

▶연고자 없지만 모국모습 보고파

내년(1978년) 그들은 어쩌면 한국에 올지 모른다. 기자가 그곳을 떠날 때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내년에는 한국에 가야겠다고 했다.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줄 친척이나 친구는 없지만 가야겠다고 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살았던 고향의 동네 이름도 모르지만 한번 가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동포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티후아나 한국인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한국국민과 한국정부에 감사를 드립니다. 멀리서 안부를 전합니다"

(한인회 초대회장이었고 지금은 명예회장인 베드로 디아스 코로나씨)

"한국에 있는 같은 동포 여러분들에게 여기 모든 사람들이 안부를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한국에 가서 보기를 원합니다."

(티후아나 한인회장 마누엘 에스끼벌 굿띠에레스씨)

한국인들은 어디를 가든지 단체를 만든다. 그래서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단체를 만든다. 그들 단체는 없어지질 않는다. 오히려 2개로 혹은 3개로 갈라진다. 그래서 또 많아진다.

한인회. 한인회는 어디를 가도 말썽이다. 이유야 어떻든 반가운 일은 아니다.

티후아나의 한인회를 소개하면서 이런 단체는 많아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널리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리=천문권 기자 cmkn@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