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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살 예방…캘텍상담센터를 가다] 선배 멘토 찾아주고 사교·종교 클럽 가입 주선

2000년 이후 상담 크게 늘어나
교수들 정기적 정신건강 워크숍
자살충동 등 긴급 상황 위한
24시간 학생 비상전화 개설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차로 1시간쯤 떨어진 패서디나에 위치한 캘택(Caltech·캘리포니아공대). 캘텍은 1891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31명의 노벨상 수상자을 배출, 동부의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쌍벽을 이루는 이공계 명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대학에도 그림자는 있다. 지난해(2009-2010학기) 캘텍에서도 3명의 학생이 자살했다. 캘텍의 학부생이 1000여명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 대학생 평균 자살률(학생 1만명당 1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대학측은 캘텍상담센터(Caltech Counseling Center)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돕고 있다. 한국의 이공계 명문대학인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을 계기로 캘텍의 상담센터를 찾아가봤다.



8일 오후 3시 캘텍상담센터 옆 테니스 코트. 20여 명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상담을 받으러 왔느냐고 묻자 루시 나호르(3학년) 양은 “금요일이라 수업을 마치고 지난해 상담센터를 통해 만난 멘토(mentor) 선배와 함께 테니스를 치러 나왔다”고 답했다. 그는 “운동을 하고 나서 저녁을 먹으며 선배와 함께 방학 때 인턴십 지원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담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너 명의 학생들이 책을 보며 상담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담센터를 찾은 한 학생(1학년)은 “요즘 공부도 잘 안 되고 캠퍼스 생활에 흥미가 없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상담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학생이 상담을 요청하면 학생 시간에 맞춰서 상담 스케줄을 잡아주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얼마든지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센터는 재학생들을 위해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있다. 운영시간은 주중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로 돼있지만 자살충동이나 학대, 위협 등 긴급 상담을 위해서 24시간 비상상담 전화가 개설돼 있다.

캘텍 상담센터는 상담뿐 아니라 ▶재학생들을 위해 교수들이 주최하는 정기적인 정신건강 관련 워크숍 제공 ▶상담 요청 학생들에게 재학생 멘토를 제공 및 연결하는 ‘S2S’ 시스템 지원 ▶재학생이 주도하는 사교클럽으로 상담학생을 연결 ▶상담학생들이 종교적인 도움을 받도록 교내 각종 종교 클럽으로 연결해주는 역할 등도 담당하고 있다.

상담센터가 공개한 ‘캘텍 자살 방지 2010’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무려 75%의 캘텍 학생들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중 29%는 ‘정서적으로 힘들다’고 답했으며, 18%는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학생의 비율도 2000년 이후 현저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보여주고 있다.
캘텍 상담센터 상담건 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 2009년에는 총 406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2006년(410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상담센터 개설 후 이전에는(1991년-1999년) 매해 평균 254건의 상담이 이루어졌지만,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어 400건 이상의 상담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그만큼 상담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담센터 지니 홀로웨이 행정담당은 “이곳에서는 매년 400건 이상의 상담이 이뤄지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돕기 위한 전문가 미팅 및 각종 지원이 준비돼 있다”며 “상담에 대한 모든 것은 비밀이 확실하게 보장된다”고 말했다.
캘텍 상담센터는 재학생들을 위해 캘텍 심리학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강의하는 분노조절, 감정표현 등 감정조절과 관련한 워크숍을 다섯 차례 개최하고 있으며, 교직원들을 위한 정신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상담센터에 속한 교수진도 11명이나 된다. 정신상담 전공자인 케빈 오스틴 교수가 상담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케빈 오스틴 교수는 “갈수록 학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높아지는데 이때 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안정적인 상태에서 학업을 즐겁게,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여러 명의 전문가가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명문 캘텍은…
지난해의 경우 캘텍은 전국에서 4859명이 지원해서 228명만 입학을 할 정도로 수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입학은 시작에 불과하다. 재학생들의 학업량이 얼마나 많은 지를 보여주는 일화 하나.
지난 2월24일. 캘텍의 농구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모교 옥시덴탈 대학과 치열한 접전 끝에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310연패를 마감하고 26년 만에 거둔 귀한 승리였다. 하지만 선수들을 비롯한 농구장을 채운 300여 명의 캘텍 학생들은 축하파티도 없이 대부분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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