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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거울] 십자가 밑에서

이성자 목사/인터내셔널 갈보리교회 담임

예수님 수난을 기억하는 사순절 기간입니다. 예배당에서는 새벽마다 특별 집회가 진행되고, 교회 주방에서는 다니엘 금식을 위한 식단을 짜느라 자매님들이 고민을 합니다. 잠과 음식을 절제하며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저 역시 이번 사순절 기간, 십자가 밑에 더 자주 나아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합니다. 올해 저는 특히 주님의 외로움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점점 목회의 지경이 넓어질수록, 연륜이 쌓여갈수록, 목사의 위치는 참으로 외로운 자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성도님들에 둘러싸여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쁘고 감사한 목회지만, 여전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리더로서의 고독이 있습니다. 어느 날 오후, 성전에서 기도하던 중, 문득 주님께 저의 외로움을 하소연했습니다. “주님, 저 외로워요!” 그 때 주님의 음성이 제 마음 밑바닥에서 잔잔히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딸아, 나도 이 땅에서 외로웠단다.” 그 음성과 함께 제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 시작했고, 마음의 화면에서는 주님의 수난 장면이 슬라이드 쇼처럼 펼쳐졌습니다.

주님은 늘 베드로, 요한, 야고보를 가까이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베드로는 주님을 저주하고 부인했으며, 요한과 야고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리 다툼에 여념이 없는 철없는 제자들이었습니다. 땀방울이 피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시며 “내 마음이 심히 고민되어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깨어 기도하라”고 부탁하셨건만, 주님이 가장 아끼던 이들 세 제자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여 이내 잠들어 버렸지요. 잠들어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주님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겟세마네에서 거짓 입맞춤으로 주님을 배신했던 자는 다름아니라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발을 씻겨주던 제자 중의 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챙겨주셨습니다. “나를 찾거든 이 사람들의 가는 것을 용납하라.” 결박을 당하시면서도 제자들의 안전을 염려하시던 주님의 사랑은 외로운 목자의 사랑,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게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이 세상에는 인류가 마셔야 할 두 가지 종류의 잔이 있습니다. 구원의 잔과 형벌의 잔. 저는 예수님이 마셔야했던 죽음의 잔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극에서 가끔 보던 사약 받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약 사발을 앞에 놓고, 할 수만 있으면 그 약 사발을 피하고 싶어하던 예수님, 그러나 아버지의 뜻에 굴복하여 죽음의 약 사발을 말없이 받아마실 때, 하나님은 눈을 감으시고 당신의 아들을 외면하셨습니다.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외로운 절규와 함께,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철저하게 홀로 내버려졌습니다. 누구도 그 죽음의 잔, 형벌의 잔을 함께 마실 수는 없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던 하나님마저 그를 외면했던 그 고독의 순간을 통과하신 우리 주님은 외로움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외로움에 울고 있는 인생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대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스펄전은 이렇게 고백한바 있습니다. “나의 신학은 네 작은 단어들입니다 - Jesus died for me.” 저의 신학도 네 작은 단어들입니다. “예수님이 저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저를 구원하기 위하여 견디셔야 했던 외로움을 생각하면, 제가 이 땅에서 견뎌야 하는 외로움은 사치에 불과할 것입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 하셨습니다. 십자가는 본질적으로 외로움의 상징입니다. 누구도 나의 십자가를 함께 져줄 수 없지요. 주님이 견디셔야 했던 외로움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저도 제 몫의 십자가를 주님과 함께 즐겁게 지고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또 다시 십자가 밑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이메일: sjc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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