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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이민 다큐멘터리-21] 티후아나의 한인들1

한인피 나누면…순수 멕시코인도 한인회장 OK

◆멕시코 유일의 한인 단체, 티후아나 한인회

“티후아나 한인회가 잘 돼가고 있다는 얘기를 제가 직접 한다는 것은 조금 우습습니다. 이곳의 한인회는 1966년에 설립된 단체입니다. 티후아나시에 한인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가 10여 개가 있지만 시나 주 정부에 우리처럼 인정을 받고 있는 단체는 없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회관을 단독으로 갖고 있는 교민회는 이스라엘과 한국 뿐입니다. 이 얘기가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것입니다.”
멕시코의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한인회가 있다.

이 한인회에 순수한 멕시코 사람이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인의 피라고는 조금도 섞여 있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연이어 두 번을 회장으로 당선돼 훌륭하게 한인회장 일을 해내고 있다. 그는 한번 더 회장이 될지도 모른다.

◆한인 핏줄 아닌 순수한 멕시코인이 한인회장

그게 무슨 한인회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티후아나 한인회' 라는 이름으로 티후아나시에 정식 등록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인회관까지 가지고 있다. 회관 앞면에는 한글로 '티후아나 한인회'라고 선명하게 써있다. 태극기와 멕시코 국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다.

어느 날이 되면 10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서 서로 얘기하고 웃고 떠들어댄다. 그러나 누구 하나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다 멕시코의 국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그래도 그들은 한인회원이라고 말함은 물론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한인 피 나눈 '김'씨와 '이'씨

김경우씨의 설명이다.

“다른 나라의 교민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교민들은 대개가 한국에서 직접 그곳으로 가서 거기서 사는 중에 조직을 하기 때문에 순수한 한국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그런 교민회이고 여기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기 보다는 여기서 나서 여기서 자란 후손들이 모여서 한국말도 못하고 한국의 풍속도 전혀 모른다고 할지라도 이름이 '김'이고 '이'이고 그래서 자기 조상들이 한국사람들이었다는 그것만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사람들은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부 이고 그것이 바로 다른 나라의 교민회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이곳 티후아나 한인회가 유일한 한인 단체다.

1905년에 멕시코로 건너가서 어저귀(에네켄) 밭에서 눈물로 한평생을 보낸 초기 이민들이 바로 그들의 조상이다. 그들의 조상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고국이었지만 끝내 가질 못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조국을 가르쳤다.

◆한인 모두가 일가이자 친척

수십 년이 흘러서 벌써 3세, 4세, 5세까지 이르게 됐다. 그 동안에 멕시코의 피가 많이 섞였다. 순수한 한국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도 그들은 조국을 잊지않고 있다. 그래서 한인회를 만들었다.

조국의 피가 섞여 있으면 누구든 회원이 될 수가 있다. 남편이 한국인이고 부인이 멕시코인이면 부인도 회원이 된다. 또 부인이 한국인이면 남편도 회원이 된다.

지금 6대 회장인 마누엘 에스끼벌 굿띠에레스씨도 부인이 한국인이다. 그래서 회원이 됐고 회장이 됐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다른 곳의 한인회와는 다른데가 있다.

당시 대한 무역 진흥공사 멕시코 관장이었던 박성철씨의 설명이다.

“물론 첫째가 친목입니다만 다분히 정치적인 요소 그리고 경제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또한 그 자체 내에서 분파 작용이 상당히 심합니다만 이곳 티후아나 한인들의 모임을 보면 한국말을 모르고 우리 나라에 가보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나라에 대한 열의가 그런 정치적인 면이나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가장 순수하다는 것입니다. 소위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하나의 예를 그곳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순수 혈통지키려 한국서 양자 데려와

'피는 물보다는 짙다'는 표현을 우리는 너무 흔하게 써왔던 것 같다. 우리는 그 말을 아전인수격으로 쓰는 때가 있다. 무관심했던 친척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아쉬울 때면 '물보다 진한 피'를 찾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순수한 한국인 혈통의 3세이고 초대 티후아나 한인회장이었던 베드로 디아스 코로나씨의 경우다.(한국이름은 김상영씨인데 할아버지가 있을 때 그분들이 그렇게 불렀을 뿐 성장한 뒤 거의 한번도 불려지지 않았다는 것)

“내 부모들이 순수한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아내도 순수한 한국사람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아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양자를 얻으려고 1966년에 한국에 갔었다. 2명의 양자를 데려왔는데 그때부터 나는 더 조국에 가까워졌다.” 멕시코에도 양자로 삼을 애들은 많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한국 어린이를 원했다. 그래서 한국에까지 왔다. 하나는 아들, 하나는 딸. 두 어린이가 지금 멕시코에서 친부모와 다름없이 따뜻하게 보살피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양부모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금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마누엘씨는 순수한 멕시코인이면서도 티후아나의 한인회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고 어려울 것도 없다고 말한다.
“우선 나는 한국 여자의 남편이고 회장이 되기 전에도 한국 사람들과 같이 어울렸다. 운동경기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나는 회원이다. 회칙에도 회장이 꼭 순수한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다수에 의해서 선출된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모든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회장직을 맡았다.”

정리=천문권 기자 cmk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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