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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122] 작가 한방글, 다양한 표현 속에 자유로운 상상력을 담는다

전통 회화·디지털 영상 등 광범위한 매체 사용
삶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생각과 감성 표현

작가 한방글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국으로 와서 알프레드대에서 전자통합미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스코위겐 회화조각학교를 수학했고 현재는 뉴욕주 포츠담에 살면서 클락슨대 디지털미술과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방글은 그 동안 베이징, 시카고, 홍콩, 뉴욕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가했다. 또 트라이앵글 아티스트 워크숍, 이스트사이드 로테이팅 스튜디오 프로그램, 애틀랜틱미술센터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한방글은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미술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이다. 한방글은 당시 미술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 “솔직히 시험 보는 것이 지겨워서 선택했다. 정확한 답을 요구할 수 없는 미술이라는 주제가 시험에 찌들려 살던 그때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한방글은 서울대 서양화과를 다니면서 화가, 작가라는 직업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 무렵 만난 것이 비디오. 그는 비디오를 접하게 되면서 작업에 큰 변화가 왔다. 영상과 시간, 컴퓨터가 어떻게 전통적인 시각미술에 변화를 줄 것이며,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민했다. 미국으로 유학 와 공부하면서 비디오와 컴퓨터를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고민의 해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작품 표현 방법이 바뀌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예전에 그림 그릴 때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듯이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비디오로 작업을 하면서 영상과 영화적인 매체가 갖고 있는 서사(敍事)의 방법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들, 또 내가 갖고 있는 편견들, 여기에 사회적 제도들이 얼마나 소통하는 것과 전달되는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더욱 빠져들게 됐다.”

한방글은 이러한 창작의 기본적인 자세를 토대로 디지털 영상과 함께 회화, 드로잉 등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소재,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창작 형태를 그 스스로 “나는 과거의 대화와 꿈, 일기, 가족사, 신문 등을 해체해 그림과 문장, 공연, 문화적 동질성 등으로 다시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방글은 최근에 쓴 작가 노트를 통해 이러한 창작 방법이 자신의 내면 의식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나의 작업들은 주로 ‘나’에서 시작한다. 지금이라는 일상, 일반적인 생각들. 그때는 중요한 듯 했는데 스쳐가는 순간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자꾸 기억이 나는 순간들을 비디오와 설치작업, 인터렉티브(상호소통) 설치물 등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짧지만 가끔은 혼동스럽고, 가끔은 명료하고 또 가끔은 관람객들을 놀래키는 그런 소통을 설정하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의도다. 나는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아질수록 이것이 나의 시각과 미각 등 감각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 나의 손과 눈, 머리는 끊임 없이 작용하는데, 그런 과정을 작업으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한다.”

한방글의 이러한 창작 의도와 형식은 최근작인 ‘무제, 구겐하임(Untitled, Guggenheim)’에 잘 나타난다. 한방글은 2010년 7월부터 6개월간 뉴욕시 맨해튼에서 ‘로어 이스트사이드 전환 스튜디오 프로그램(Lower East Side Rotating Studio Program)’에 참가해 작품 활동을 했다. 한방글은 당시 작업실이 너무 더워서 자주 시원한 미술관을 들락거리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예기치 않게 찍었던 사진과 비디오가 이 작품의 재료가 됐다.

한방글은 그때 그때 적은 일기 겸 노트를 출력해서 문법을 고친 후 그것을 다시 스캔해서 비디오로 편집했다. 창피한 생각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선택해서 지우고 숨기고를 반복하는 형식으로 작업했다. 여기서 솔직한 듯한 이미지와 문구들이 얼만큼 솔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편집되는지, 그 편집과정이 얼만큼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작품의 의도였다. 어쩌면 지극히 단순하고, 대단치 않은 작품 의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방글은 “이 작품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소외감, 자격지심, 미술 작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녹아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방글은 자신의 작품이 그림과 영상, 디지털 기술 등을 통해 다소 난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보는 사람에게 그 작품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원한다. 자신이 그리고 만든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가벼운 마음과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볼 때 그냥 지나치는 작은 순간이 길게 느껴지고, 명료한 듯 한데 혼동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 곧 말하고 글 쓰고 기억하는 것들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는, 조금은 마법 같기도 하고 때론 사기 같기도 한 느낌을 줬으면 한다. 이것이 내가 작품을 하는 목적이다.”

한방글의 또 다른 최신작인 ‘타즈(Taaz)’ 역시 이러한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한방글은 언젠가 너무 더워서 긴머리를 자를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 십번씩 가위를 들었지만 소심한 성격상 바로 자를 수가 없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포토샵을 사용해보면 어떨까’였다. 그러던 차에 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타즈 닷컴(www.taaz.com)’을 발견했다.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1000가지가 넘는 연예인 머리 스타일을 내 얼굴에 맞춰볼 수가 있는데, 머리뿐 아니라 립스틱 등 온갖 화장을 컴퓨터로 사용해 볼 수 있게 하고 마음에 들면 그 비슷한 제품을 바로 살 수 있게 해 놓은 사이트다.

여기서 한방글은 ‘나의 표현’이라는 모토로 돈을 버는 상업주의, 더 나아가 선택의 자유가 많을수록 선택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요즘의 상황들을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방글은 1200개 가량의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만든 후 컴퓨터 모자이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벽지 패턴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장식적인 벽지 패턴 작품을 통해서 과도함이라는 느낌, 예쁘지만 좀 유치한 듯 하고, 뭔가 너무 많지만 텅 빈 듯 얇고 평면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그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생활하면서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영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한방글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의외로 단순한 답을 내 놓는다. 그것은 자신의 성격과 내성(內性)이 갖고 있는 특별한 바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어렵지 않고 단순한 것을 미술언어로 재창조하는 창작 형식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종류의 작업보다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의 작가가 되고 싶다. 싫증을 잘 내서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영 직성에 안 맞아 그런 듯싶다.”

박종원 기자 jwpark88@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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