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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는 그, 사하라 250km 달리며 보여준 건 희망

'신의 숨결 사하라'의 저자 송경태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내가 희망제작소 설립과 동시에 전국에서 희망을 일구는 분들을 찾아다닐 때 전주에 사는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때가 2005년이었다.

군대에서 사고로 실명(失明)을 하면서 그에게 불어닥친 고난의 운명과 맞닥뜨리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고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삶을 일궈온 그를 만나자마자 그의 팬이 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의지력과 삶에 대한 열정을 나누어주고 싶어 희망제작소의 이름으로 그의 인생유전과 휴먼스토리를 책으로 묶어낸 적도 있었다.

이번에 나온 '신의 숨결 사하라'는 늘 역경을 즐기는 그의 도전적 삶을 그려내는 또하나의 인간승리의 기록이다. 수류탄 폭발 사고로 스물두 살 푸른 나이에 실명을 하고 나서 겪은 내면의 변화를 축약해서 밀도 깊게 표현했다. 서두부터 팽팽한 긴장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눈이 성한 사람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전혀 새로운 세계에 그는 도전했다. 바로 사막과 극지 마라톤이다.

그에게 사막은 경이로움과 전율의 대지였다. 생명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없는 가혹한 사하라의 대지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숨이 컥 막혔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몸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등에 지고 체액을 말리려 드는 복사열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사하라 사막을 달렸다. 어찌 그것이 그에게만 힘든 고난의 여정일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순간을 달릴 것이다. 순간이 이어져서 한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일생이 되는 것. 생명을 지닌 존재는 엄밀히 말해서 순간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죽음마저도 순간이 아니던가. 우리 삶을 이토록 간명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실명 이후 순간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체험에서 우러나온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다.

6박7일 동안 발바닥의 표피가 벗겨진 발로 남들이 평지를 밟을 때 뾰족한 돌부리를 밟으며 남들이 세 걸음을 내디딜 때 한 걸음을 내디디며 그는 달렸다. 부르튼 발바닥의 통증 침샘마저 말라버리는 갈증 모래폭풍의 공포 세포가 타들어가는 고통 - 바로 그가 분열되기 직전의 정신 상태로 달린 사하라 사막 250㎞의 코스가 주는 선물이었다. 공격적이고 야만적인 사하라 사막에서 고통의 극점을 향해 그는 달렸다. 그리고 고통의 극점에는 희망이 있었다.

송경태가 사하라 사막을 달리며 그려낸 내면세계에 대한 성찰이 울림 깊은 감동을 준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정신세계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막에 대한 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며 긴 여운이 남게 한다. 그것은 글이 아니라 그의 삶 자체이며 고난과 극복의 드라마 그 자체다.

이 책을 펴는 순간 저자와 함께 사하라 사막 250㎞를 완주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 고행이 주는 열락(悅樂)에 전염이 된 듯하다. 내년에 사하라 마라톤에 도전해 보자는 그의 제안을 지금 신중히 생각해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서 희망은 늘 고통과 동행하고 있다.

리뷰=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저자 송경태 "조폭 협박, 뒤이은 사업 실패…추락하던 인생 새 삶 찾았죠"

2005년 9월 이집트 카이로. 앞을 보지 못하는 송경태(50.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사진)씨는 사막의 한복판을 6박 7일간 달렸다. 일반인도 해내기 힘든 극한 체험에 1급 시각장애인이 도전한 것이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 250㎞를 달리는 '사막 마라톤'이었다. 107명의 참가자 가운데 유일한 장애인이다. 신간 '신의 숨결 사하라'는 그때의 체험을 6년에 걸쳐 점자로 찍고 또 찍어낸 기록이다.
20대 초반 군대에서 사고로 두 눈을 잃었다가 30대 후반인 1998년 마라톤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한 드라마 같은 인생을 펼쳐냈다.
-언제 마라톤을 시작했나.
"1997년 안마시술소를 운영했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던 어느날 주변 조직폭력배들이 달려 들었다. 안마가 아닌 퇴폐 영업을 요구하며 영업권을 빼앗으려 했다. 거절하는 나를 승용차 트렁크에 태워 야산으로 데려가 머리만 내놓고 땅에 파묻었다. 협박에 굴하지 않자 나를 묻어둔채 가버렸고 스무 시간 가까이 되어서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내가 앞을 볼 수 있었다면 그들이 나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사업은 망했고 실의에 빠져 있던 98년 춘천국제마라톤을 알게 됐다. 6개월 연습한 끝에 출전 비록 안내견과 함께 였지만 5㎞ 완주에 성공했다."
-사막 마라톤까지 도전한 계기는.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대학원에 등록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한편 99년 미국 도보 횡단에 도전했다. 2002년 월드컵 홍보를 겸했다. 뉴저지 필라델피아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4000㎞를 석달 동안 걸었다. 그때 사막 마라톤을 알게 됐다."
-어떤 변화가 생겼나.
"장애인이 무슨 마라톤이냐고 의아해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하라 이후 달라졌다. 고비 사막 아카타마 사막의 마라톤 대회 주최 측에서 초청이 잇따랐다."
-사막 마라톤엔 어떤 이들이 참가하나.
"외국 기업인들의 참가가 적지 않다. 고비사막 마라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수석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왜 힘든 일에 도전하냐고 묻자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막에 오면 돈도 휴대전화도 필요없다. 오직 자기와의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모험심을 키우는 과정에 창의력도 생겨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솟아난다는 얘기였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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