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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타이거 마더'와 카이스트 자살

허종욱/한동대 교수

한국의 카이스트(KAIST)로부터 들려 온 슬픈 소식이다. 금년 들어 연이어 4명의 학생이 자살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왜 장래가 촉망되는 명문대 학생이 자신의 목숨을 끊을까?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울증 부적응 스트레스 성적 고민 등에서 보듯 이번 카이스트 사건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문제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아니겠는가하는 의구심도 자아내게 한다.

전액 국비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던 카이스트학생들에게 2007년 큰 변화가 왔다. 현 서남표 총장이 취임하면서 성적에 따른 장학금 등급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서 총장의 취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명문대 학생들이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 이 제도는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위해서도 졸업 후에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면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대학의 차이는 여러 면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면은 한국은 입학할 때 힘든 것에 비해 졸업이 쉽고 미국은 입학할 때 쉬운 것에 비해 졸업이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대학 다닐 때인 50년대 후반~60년대 초만 해도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농땡이'를 쳐도 졸업은 저절로 되는 전통이 만연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지금도 옛날의 전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학금을 타는데 유리하게 하기위해 자기대학 출신들에게 좋은 직장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이른바 '부풀린 성적'으로 실력과 동떨어진 고학점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 명문대학에 입학한 조기유학 한국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졸업률이 훨씬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입식 암기 위주로 좋은 고등학교 성적과 SAT 성적을 낸 한국학생들이 일단 대학에 입학해서 암기력 대신 토론 중심으로 창의력.잠재력 개발에 집중되어 있는 미국대학 교육방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가르쳤던 미국대학에서의 경우를 보면 한국학생의 졸업률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미국 대학생은 80%를 넘고 있다. 따라서 많은 한국 학생들이 성적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휴학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는 한국의 경우에 비해 '부풀린 성적'이 쉽게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농땡이'가 통하지 않는다.

'타이거 마더(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책이 세계적인 교육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딸을 교육시키면서 얻은 자신의 경험과 원리를 소개한 예일대학 로스쿨 에이미 추아 교수의 책이다. 추아 교수는 '엄마 주도'의 혹독한 교육을 주창한다. 전형적인 한국식 교육이다.

이 방법으로 큰 딸 소피아는 하버드대학 입학허가를 받았다는 것. 그러나 둘째 딸 루루에게는 실패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대학입학과 전공은 부모의 강요보다 학생 자신의 잠재력과 창의력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카이스트 학생 자살사건에 경종을 주는 것 같다.

추아 교수는 자녀의 최선은 누구보다 부모가 가장 잘 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녀의 잠재력과 창의성은 부모가 판단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자녀의 성적은 바로 부모의 성적과 직결된다는 '부모 욕구중심'의 교육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녀는 부모의 독점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모에게 양육을 위임한 독립된 하나님의 창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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