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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엄빠일기] "미국까지 와서 과외 꼭 해야해요?"

햄달새가 조기 유학 생활을 시작한 지 대략 한달 쯤 됐을 시점이었다. "삼촌 이 놈의 과외는 미국에서도 꼭 해야 돼?" 하루가 다르게 미국 생활에 재미를 붙여가던 햄달새가 어느 날 과외 하기 싫다고 입을 쭉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다.

"삼촌도 힘들어. 왜 과외 해야 하는지는 네 엄마한테 물어봐. 서울에서는 이보다 과외가 훨씬 많았어도 잘만 했다면서." 학교가 파한 뒤 바로 과외 하는 집으로 달려가는 동안 차 안에서 햄달새는 "미국까지 와서도 과외를 해야 하느냐"며 계속 불평을 해댔다.

사람의 심리는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심정이 발동하는 게 정상적일 수도 있다. 과외 지옥 서울을 탈출한 해방감에다 만만해 보이는 미국 학교 공부는 햄달새에게 행복의 원천이었다. 그런 햄달새에게 과외가 눈에 가시처럼 불편한 존재로 인식될 것은 그러니 시간 문제였을 뿐이었다. 긴장의 연속인 생활에서 벗어나 편해지고 보면 과거에는 상대할 만 했던 일들마저도 더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햄달새에게는 과외는 끔직했던 서울 생활의 기억을 퍼 올리는 갈고리 같은 존재였다. 마음 한 켠에서 이 참에 '폐지'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꿈틀댄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과외는 사실 햄달새에게 미국 생활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이었다. 미국 학교에서 햄달새를 받기로 결정했다는 통지가 오자마자 햄달새 엄마와 나는 '과외 집 짓기'에 착수했다. 햄달새 엄마는 우선 알아봐야 할 과외 리스트를 제시했다. 한국에서 주력 종목이던 영어는 빠졌다. 미국 학교에 다니는 만큼 영어 과외까지는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선 알아봐야 할 과외는 수학과 중국어 바이올린 체육 종목이었다. 수학은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따로 돈을 지출하는 것도 아니고 나와 집에서 하는 것이니 햄달새 입장에서는 과외 하는 곳까지 오가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빼고 매일 1시간씩 가르쳐주기로 했다.

중국어와 바이올린은 서울에서도 한 것으로 햄달새 엄마말로는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초 "미국에 그렇게 오래 있을 것도 아닌데 좀 쉬면 안되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동생의 주장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햄달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동생 자식이므로 결정권은 온전히 엄마에게 있는 것이었다. 과외 과목 결정은 내가 대항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 해야 했던 일은 실력 있는 과외 선생을 가능한 빨리 물색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서울처럼 아파트 정문만 나서면 오만 가지 과외 학원들이 줄지어 선 곳이 아니다. 더구나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외를 시켜본 경험이 일천했다.

나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서 과외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화번호부와 인터넷 검색이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전화와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중국어 선생님은 미국으로 이민 온지 얼마 안된 원어민으로 찾아냈다. 바이올린 선생님은 서울에서 좋은 경력을 쌓은 한국 교포 아주머니로 정했다.

체육은 햄달새 엄마는 그리 강조하지 않았지만 내가 강하게 주장해서 테니스를 일주일에 두 번 하기로 했다. 우리 두 아이들이 햄달새 만한 나이에 미국에 와서 한 유일한 과외가 체육이었다. 딸은 1년 가량 춤을 아들은 2년 남짓 테니스를 했다. 영어 수학 혹은 중국어 등과는 달리 미국에서 체육 과외는 종목도 한국보다 다양하고 찾기도 어렵지 않다. 햄달새의 과외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동생과 살짝 서로 엇나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두고두고 적잖은 갈등의 시발점이 되리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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