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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생활] 바람 타고 방사능 확산…요즘 인류는 '풍전등화' 신세

'풍전등화'라는 말이 있다.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뜻이다. 부는 바람에 꺼지기 쉬운 게 등불이니 위태로운 상황을 설명하는데 종종 이 표현이 등장한다.

요즘 인류가 딱 풍전등화 신세다. 풍전등화에 일개 국가나 민족이 아닌 인류 전체를 연계시키자니 좀 거창하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원전 사태는 인류 전체에 풍전등화의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단적인 예로 온 세계가 일본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의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바람이라는 존재만 없다 해도 이번 원전 사태에 이렇듯 세상이 불안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고를 당한 일본의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 이 나라 저 나라로 급속히 퍼지는 것은 순전히 바람 탓이다.



바람에 의한 이번 방사능 물질의 확산은 사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 수개월 정도는 지나야 어느 정도 안정될 성격의 사태이다. 다시 말해 방사능 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 저리 지구 상공을 떠돌다가 서서히 땅이나 바다 등으로 내려 앉는데 한참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이다.

일본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이 미국에 도달할 것이라 점은 지난 3월 18일자 이 칼럼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글을 쓴 것은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3월 14일이었다. 칼럼을 쓴 직후만 해도 미국이나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방사능 물질이 미국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가 오류라는 사실은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 한국 등에서 속속 방사능 물질이 검출됨으로써 증명됐다. 방사능 물질과 바람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예견할 수 있었던 게 일본 원전 사태로 인한 전지구적인 방사능 물질의 확산이다.

방사능 물질은 일차적으로 편서풍을 타고 북반구를 오염시키겠지만 남반구 지역도 미미하나마 오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반도는 일본의 동쪽에 있음에도 방사능 물질이 초기에 검출돼 유입 경로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지구 한 바퀴를 빙 돌아온 편서풍이 역할을 했을 수도 있고 편서풍에 비해 국지적인 규모로 부는 지상풍들이 방사능 물질을 날라온 주범일 수도 있다.

바람의 역할은 기후 차원에서 보면 전지전능할 정도로 막대하고 영향 또한 크다. 일본의 원전 방사능 물질 확산 사태는 그런 바람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방사능 물질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북부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이나 캐나다까지 날아 온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에겐 제법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일본 원전 사태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불(원자력)의 재나 마찬가지인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타고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인류를 근심케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풍전등화는 불이 꺼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불러올 때 쓰는 말이지만 이번 사태는 원자력의 경우 이미 꺼진 불도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을 계속 증설하는 중국을 곁에 둔 국가로써 한국에게 이번 일본의 원전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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