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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자본주의 속성과외' 나선 북한

김기정/기획취재부 부장직대

최근 북한 경제대표단이 수잔 셔크 UC샌디에이고 교수의 초청으로 미국을 다녀갔다.

북한의 경제관료 12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15박16일 동안 LA 샌디에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바쁘게 돌며 미국 경제의 구석구석을 볼 기회를 가졌다.

구글과 씨티그룹 등 산업현장을 찾았고 미국 대학의 교수들로부터 시장경제와 소비자 보호 화폐시스템 등 자본주의 핵심에 대한 강의도 받았다. 한마디로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단기 속성과외를 받은 것이다.

북한 경제대표단의 미국 자본주의 학습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미국 정부가 북한 경제대표단의 미국 입국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줄곧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과 대화하기에 앞서 북한은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다.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을 명확히 할 때까지 전략적으로 인내하고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북한 경제대표단의 방문을 놓고 미국의 대북기조가 '대화'쪽으로 선회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자 미국 정부가 브리핑을 통해 민간차원의 교류라며 서둘러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북한 쪽은 민간인들이 아닌 정부 관료들이다. 미국 역시 그들에게 입국비자를 내주었다는 점에서 북한 측과 어느정도 교감이 있었다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정부간 트렉 1 공식외교는 아니지만 소위 반관반민 트렉 1.5 외교를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공식외교가 풀지 못하는 사안들에 대해 비공식 외교채널들이 다양하게 동원되는 것이 미국 외교의 특징이다.

미국은 리비아 등 아랍권의 정치불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라는 커다란 대북정책 기조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북한과 비공식 접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번 북한 경제대표단의 방미라는 결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대표단의 미국 방문이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북한이 중국이 아닌 미국의 자본주의를 학습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중국식 개방경제를 따를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에 대한 USC 한국학 연구소 데이비드 강 교수의 분석은 흥미롭다. 북한이 중국과 동맹관계이기는 하지만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의 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북한 역시 미국과 경제교류 확대를 위한 기회를 버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대표단은 미국 체류기간동안 보고 배운 자본주의에 대해 느낀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언론의 질문 함구로 일관했다. 하지만 북한 경제대표단과 함께 있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을 발견하고선 차를 세우고 KFC에 가자고 했다고 한다. 그들은 미국을 싫어할 수도 있고 자본주의 경제를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자본주의의 맛을 들인 이상 평양에서 KFC를 만날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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