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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바라바,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끈 유대지도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교무처장

김동리의 소설 '사반의 십자가'에는 로마제국의 폭정시대에 현실인식과 삶의 궤적이 다른 두 인물이 등장한다. 로마제국 치하에서 신음하는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 나라 복음을 외치면서 신정(神政)에 근거한 비폭력운동의 이상적인 가치관을 지닌 예수님과 유혈투쟁을 통해 로마제국을 몰아내고 야훼를 믿는 유대공동체를 건설하려한 현실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반이다.

이 소설에서 김동리는 신약성서의 내용을 얼개 삼아 사반이라는 허구적 인물을 등장시키고 상상력을 가미하여 참된 인간 구원과 휴머니즘을 화두로 삼았다. 그는 현실과 이상 현세와 초월세계 지상왕국과 하늘왕국의 대조를 통해 무엇이 진정한 구원인지를 묻고 있다. 결국 사반과 예수님은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같은 날 십자가에 달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로마의 학정으로부터 무력투쟁이라는 방법으로 민족을 구하려 한 혈맹단(血盟團)의 두목인 사반은 복음서의 바라바를 연상케 한다.

이 바라바라는 인물은 1951년 스웨덴의 작가인 페르 라게르크비스트가 쓴 소설 '바라바'에 의해 창조적으로 입체화된다.〔〈【 이 작품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노벨문학상을 안겨다 주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도 하였다.

이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예수 대신 유월절 특사로 방면된 도적 바라바는 해방과 자유를 얻었으나 나사렛 출신 예수가 왜 자기 대신 십자가를 지고 죽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바라바는 도적질과 폭력으로 점철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이상하게도 잘 적응하지 못하였다. 그는 다시 체포되어 종신토록 해야 하는 광산 노역을 선고받았다. 바라바는 광산에서 기독교도인 사하크를 만났고 둘은 이내 친구가 되었다. 바라바는 광산에서 20년을 일하며 죽음을 선고받았을 때의 고통과 예수의 희생에 대한 기억으로 번뇌하였다. 광산이 매몰될 때 그 둘은 살아남아 로마의 콜로세움으로 가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신약성서의 복음서에서 바라바는 도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바라바를 폭동의 주모자이자 살인자로 언급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로마제국에 대항하여 무력으로 투쟁한 지도자였던 것이 분명하다. 추측컨대 열심당이라는 유대의 한 파당을 이끈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지도자였으리라. 외세인 로마의 군홧발에 짓이겨진 팔레스타인의 땅과 빼앗긴 주권을 레지스탕스 운동을 통해 회복하고 그들을 무력으로 쫓아내는 것이 열심당의 행동강령이었다. 결국 로마의 권력에 의해 사로잡힌 그는 빌라도의 옥에 수감되었다.

당시 유대의 풍속을 따라 무리의 청원대로 유월절에 죄수들 가운데 한 사람을 석방하는 전례가 있었다. 그 전례에 따라 바라바는 예수님과 같은 재판장에 서게 되었다. 이때 로마 총독 빌라도는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라고 물으면서 양자택일을 종용한다. 이때 민중들은 현실참여적인 무력항쟁을 펼쳐온 민족주의자 바라바를 석방해달라고 외치자 빌라도는 예수님의 무죄함을 알았지만 정치적 판단을 하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바라바는 석방되었고 예수님은 두 명의 강도와 함께 십자가형을 당하였다.

그로부터 36년 후 열심당원들의 무력항쟁은 제 1차 유대-로마 전쟁(주후 66~73년)의 도화선이 되었고 팔레스타인 전역과 예루살렘성과 성전은 그 전쟁의 여파로 막강한 로마의 군사력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110만명이 이 전쟁 기간 동안 사망하였고 9만7000명이 붙잡혀 노예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누가 냉정한 현실인식을 하였던가? 예수님인가 바라바인가? 폭력과 전쟁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바라바와 예수라는 두 선택의 갈림길에 늘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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