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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이육사를 흉내내는가?

전달수 안토니오/성 마리아성당 주임신부

264. 이는 일제 강점기에 민족운동과 관련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북경 감옥에서 옥사한 "이황"의 수인 번호 64에 성씨를 붙여 부른 이름이다. 그는 서정이 풍부한 목가적이고 상징주의적인 화려한 시풍으로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 시인이다. 나와 연배가 비슷한 이들은 모두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로 시작되는 그 아름다운 시를 학생 시절 외우곤 하지 않았던가?

본인은 매우 오래전 시간을 내어 시인 이육사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낮에는 햇빛이 잘 드는 남향집으로 아담했고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불행히도 안동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수인번호 4001. 가짜 박사로 이름을 날린 한 여인의 수기가 출판되었다 한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출간되자 마자 여러 유명한 사람들이 당하는 느낌이다.

4001은 출간되자 마자 5만부가 팔렸다고 하며 판매량은 치솟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세상을 그만큼 시끄럽게 했으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숨어 지낼 것이지 무슨 좋은 일이라고 자전 에세이 식으로 출간하여 세상을 또 한 번 시끄럽게 하려는가? 평소에는 관심을 보이던 유명인들이 고통을 당할 때 외면한 그들에게 복수하는 심정일까?

켄사스 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MBA를 한 후 예일대학교 박사라고 속여 교수가 되고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되어 한참 잘 나가다가 과거가 탄로나 신세를 망친 여성이라면 가만히 지내면서 개과천선하는 길을 걷는 것만이 자신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자기가 받은 수모는 상선벌악의 원칙에 따른 결과이지만 회개하면 새 사람으로 거듭 날 수 있으니 그 길로 가야 할 것이다.

시인 이황은 애국자다. 그런 그에게 수인번호는 당당하며 민족의 긍지를 드러낸 훌륭한 이름이다.

4001번은 수치요 치욕의 표시다. 그 번호는 "나는 거짓말쟁이다. 나는 속여서 박사학위를 받았소. 더구나 유명한 예일대학교의 박사학위자로 교수가 되고 미술계의 고위직에 올라 공금을 횡령하였으니 나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죄인이요."라는 표시인데 뭐가 할 말이 있다고 자기의 수인번호를 책의 표지로 삼아 책을 출간하는가?

출판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는가 아니면 헌법에 출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행위인가?

우리 사회는 잘못되어 가고 있다. 수인 번호 4001을 내세워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여성이나 금권선거로 당선되었으나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한 교회의 지도자나 뇌물을 먹었거나 부정한 일로 사람들의 입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자들도 모두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가정을 파괴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여성을 상대로 언론이 부추기고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낮은 도덕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현상이며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표시라 온 나라가 하루 빨리 정신을 차려 올바른 윤리관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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