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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없는 방송 20년은 하나님의 기적"

동포 위해 목숨 걸고 복음 전파
GBC 설립 임종희 목사 은퇴

남가주 최초의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인 미주복음방송(GBC.AM 1190 KHZ) 설립자이자 대표인 임종희(76) 목사가 은퇴했다.

임 목사는 1일 이취임식에서 박신욱 신임 사장에게 대표직을 인계했다. 1991년 2월 11일 개국 방송을 한 지 20년만이다.

"마이크 잡는 방법 조차 몰랐던" 임 목사는 방송국을 20년간 튼튼하게 성장시켰다. 녹음실 하나 없는 셋방살이에서 시작했지만 지난 2006년 건물을 샀고 하루 4시간 빌려썼던 방송 채널을 올해 1200만달러에 매입해 24시간 방송 체제를 갖췄다.

은퇴식 하루 전날 만난 임 목사는 "(방송국)운영이 어려워 마음이 콩알만해진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임 목사가 겪었던 '콩알만해진 때'와 '기적'들을 들어봤다.



-기독교 방송국 대표로 보낸 20년은 어떤 삶이었나.

"나는 사장이 아니라 일꾼이다. 복음을 전하는 최전방 나팔수다. 군에 있을 때(※임 목사는 해군 대령 출신이다. 전투함 함장을 지냈다)처럼 목숨을 걸고 오직 복음을 전하자는 일념뿐이었다."

-예편한 장교와 복음방송 사장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난 군인 이전에 크리스천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청장년 시기 해군으로 바다를 벗삼다가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어수선한 시국에 예편했다. '세상의 별'을 따기보다 '천국의 별'을 따기 위해 복음에 매달렸다."

-방송국을 세운 계기는.

"1985년 극동방송국 미주지사장으로 왔다가 5년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려는데 붙잡는 이들이 많았다. 교포들을 위한 기독교 방송을 해달라고들 하더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첫 방송을 기억하는가.

"어떻게 잊겠나. 기계도 녹음실도 없이 직원 넷이서 작은 사무실 하나 빌려 시작했다. 극동방송국에서 녹음한 테이프를 AM1190 방송국에 직접 찾아가 트는 식이었다. "남가주에 계시는 동포여러분. 미주복음방송에서 전해드리는 첫 방송을 뉴스로 시작하겠습니다"는 첫 오프닝 멘트는 아직도 내 가슴을 울린다."

-어려운 시기가 많았을 텐데.

"개국 이듬해 LA폭동이 났다. 가게들이 불탄 마당에 방송국에 헌금이 들어올 리 없었다. 당장 3일 안에 전파료 6만 달러를 못 내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기도원에 올라가 대책 없이 기도만 하다 내려와보니 우리 방송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모두들 후원금을 주기 위해 왔다고 하더라. 사무실로 뛰어올라가 보니 내 책상에 꼬깃꼬깃한 지폐들이 쌓여있었다. 그중 어떤 돈은 아직도 온기가 따뜻했다. 버스 3번 갈아타고 반나절을 걸어온 할머니가 꼭 쥐고 있던 돈이라고 하더라. 눈물이 그저 흘렀다. 그날 하루에 5만 달러가 걷혔다."

-말 못하는 고충이 많았겠다.

"몸이 아프거나 피곤해서 힘든 적은 없었다. 복음을 방송하라는 소명은 받았는데 은행 잔고를 확인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매일 고민했다. 하루도 그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AM1190 채널을 구입했다.

"개국할 때부터 빌려쓰던 채널이다. 원래 영화주제곡만 트는 미국방송이다. 그런데 우리가 방송시간을 빌리면서 기존 청취자가 없어졌다. 2006년에 3000만 달러에 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4년을 기도하고 기다렸더니 1200만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26일부터 채널 구입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천안함이 격침된 날인데도 하루에 124만 달러가 걷혔다. 1년간 320만 달러가 모금됐고 나라은행서 680만 달러 융자를 받았다. 또 기적이었다."

-채널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던데.

"1190을 우리말로 읽으면 일일구영이다. 한자로 '日日救靈' 매일 영혼을 구한다는 뜻이다. 모르고 지나다가 숨은 뜻을 알고나서 무릎을 탁 쳤다. 복음방송에 이보다 더 좋은 채널이 없다."

-미주복음방송의 다음 20년 방향은.

"새로운 사장이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크리스천들에게 올바른 복음의 방향과 기수를 잡아줘야 한다. AM 라디오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 TV로도 진출했으면 한다."

-은퇴후 계획은.

"5월 초에 아이들이 사는 버지니아주로 이사를 간다. 그동안 방송하느라 바빠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했다. 손주들 재롱 보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

■임종희 목사는

▷생년월일: 1934년 12월 19일

▷약력: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 졸업(1958년), 베트남전쟁 참전(1969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1972년), 해군 대령 예편(1984년), 극동방송 미주지사장(1985~1990), 미주복음방송 대표(1991~2011년)

▷저서: 칼럼집 ‘그 꿈 이루어 주옵소서’(2010년)

▷가족: 장수홍 권사와 슬하에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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