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오바마 개혁에 성난 보수층 대변 '태풍의 눈' 으로
전국 3000여개 풀뿌리 보수조직으로 성장
정책 비판기능 강해 진보 세력에서도 눈치
내년으로 다가온 오바마 재선 좌지우지 할 듯
공화당 내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가 티파티 지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대표적 공영방송인 NPR의 최고경영자 비비언 쉴러와 론 쉴러 부사장도 티파티 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론 쉴러 부사장이 사석에서 “공화당은 티파티에 의해 하이재킹(공중납치)을 당했다”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일련의 사태는 티파티가 움직이면 ‘진보’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실례를 보여준다. 현재 미 전역에 3000여 개 이상의 풀뿌리 조직으로 활동 중인 티파티 모임 중 한 곳을 가봤다.
2년전 은퇴한 데이브 스탁턴(67.실비치)씨.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수십년간 세금을 내오며 은퇴만 하면 소셜 연금과 메디케어로 걱정없는 노후를 기대했던 그의 예상이 점차 우려로 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들어 의료보험개혁법이 통과되면서 메디케어 수혜자들의 혜택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이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오후 7시. 스턱턴씨가 살고 있는 실버타운인 실비치 지역 레저월드(Leisure World) 내 클럽 하우스로 노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405번 프리웨이와 605번 프리웨이가 교차하는 실비치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405/605 티파티(Tea Party)' 모임이 열리는 날이다.
이날 인터넷(www.teaparty405-605.org)을 통해 미리 알려진 모임의 주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환자의 권리(Patient Empowerment)'. 스탁턴씨처럼 의료보험개혁법에 대한 보수적 시각을 가진 노인들 200여 명이 순식간에 클럽하우스에 가득 찼다.
스탁턴 씨는 "우리는 은퇴후 기본적 의료혜택인 메디케어를 기대하며 젊었을 때 부터 세금을 내왔다"라며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의료보험개혁법으로 인한 메디케어 예산삭감은 저렴한 치과 보험 같은 혜택이 줄고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오르는 결과를 낳지 않겠느냐"고 성토했다.
클럽 하우스 입구에 차려진 부스에는 작은 성조기 수백 개가 준비돼 있었다. 참석자들은 서명부에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고 성조기를 집었다. 한 쪽에는 누구나 빌릴 수 있도록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기나 애국심 고취 및 공화당 소개책자 등 30여 권의 책들이 준비돼 있었다.
모임은 참석자 전원이 미국 국가를 부르며 시작됐다. 이날 연사로는 로스 알라미토스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가주 메디컬 위원회 이사로 재직중인 마시 아르못 박사가 나섰다. 아르못 박사는 이날 '의료보험개혁법'을 공화당 측이 격하해 부르는 '오바마케어(Obamacare)'라는 단어로 대신했다. 또 미리 준비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아르못 박사는 "메디케어 커버리지의 보완을 위해 드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의 보험료의 경우 지난해 14% 이상 폭등했다"며 "이는 오바마케어의 영향으로 정부가 메디케어 혜택을 감축했기 때문이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인들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는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뒤편에 차려진 커피와 쿠키 등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모임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임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다과 테이블 옆에 설치된 기부함에 1달러짜리 지폐가 쌓여갔다. 기부금은 다음달 열릴 모임을 위해 전액 쓰인다.
에이든 로슈(71) 씨는 "의료보험개혁법과 같은 정치권의 현안들이 실생활에서 나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는 티파티 모임에 와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며 "의료보험개혁법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레이크우드 지역(39지구) 하원의원에 출마했던 레리 안드레(공화)씨는 "보수 민심의 목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이 티파티 모임이기 때문에 매달 참석하고 있다"며 "2012년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은 티파티의 힘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비치 지역 티파티 모임은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주제는 정치적 현안에 따라 매달 바뀐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만 250여 개 이상의 티파티가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는 1년에 3000여 회 이상의 모임이 보수층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열리고 있는 셈이다. 티파티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1조3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의료보험개혁법에 대한 반대 여론을 타고 더욱 결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405/605 티파티'를 만든 존 파사니시(51.자영업) 씨는 "티파티는 주요 정치 현안들에 대한 정보를 정기 모임 외에도 보수층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이나 편지 등을 통해 가장 빠르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이곳에서 논의되는 보수층의 목소리는 공화당이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방향을 제시하는데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티파티'라는 용어는 1773년 영국 식민지 시절 무리한 세금 징수에 분노한 보스턴 시민들이 차(Tea)상자를 바다로 던지며 항의했던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을 본떠 만든 용어로 '티(Tea)'는 '세금을 낼 만큼 냈다(Taxed Enough Already)'는 의미의 약어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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