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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즐거운 책읽기] 가십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퍼즐 맞추기'

내가 미국땅을 디뎠던 해는 94년이었다. 호텔에서 미국 방송을 보는 것만 해도 참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O. J. Simpson이란 미식축구 선수만 계속해서 뉴스에 나왔다.

호텔에 있을 때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참으로 시시콜콜한 내용을 거의 출장기간 내내 봐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으로 와서도 오제이 심슨은 TV의 단골 메뉴였고 다이애나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2007년 한국에서는 소위 '신정아 사건'이 터졌다.

신문은 연일 대서 특필하고 미술계의 신데레라로 떠올랐다 한 순간 추락한 먹이감을 사냥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세계 최고 명문대학의 학위가 위조되었으며 고위층이 연결되고 거기에 불륜의 스토리까지 얽혀있으니 얼마나 자극적인가? 이걸 소설로 썼다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했을 텐데 현실에서 벌어난 사건이니 언론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진실이 정말 무엇인지 취재의 당사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받아야 하는지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신정아로 인해서 학력을 속였던 여러 명의 사회 스타급 인사들이 연이어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고 그 파장은 길었지만 점차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스토리가 담긴 자전 엣세이를 발간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초판 5만권 인쇄를 했다는데 첫날로 배부가 끝나 책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출판사는 준비되었다는 듯이 쇄를 거듭해 드디어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녹록치 않은 분량을 읽어내면서 신정아란 인물이 어떻게 자라고 성장했는지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내용과 본인의 입에서 나온 진실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내 느낌은 한국은 아직까지 능력보다 학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라는 점.

그리고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라도 쉽게 받아들이는 도덕성의 결여(신정아가 정운찬을 공격한 바로 그 포인트)가 크면 클수록 더 높이 신분이 상승하고 이는 더 높은 비탈을 만들어내 나중에 굴러 떨어질 때 눈덩이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고 신정아는 자신의 큐레이터로서의 미술관련 기획 전시 홍보업무에 누구보다 언론을 잘 활용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약점이 잡힌 순간 그녀는 언론에 의해 난도질 되었고 믿었다고 생각했던 기자에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배신당했으며 찍지도 않은 누드까지 신문 1면에 게재되는 최악의 수모를 겪어야 했던 것이다.

4001-사건 그 이후는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퍼즐 맞추기'라 하겠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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