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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Review - 그대를 사랑합니다] 국보급 배우들의 노년 러브 스토리

나이가 든다고 사랑의 빛깔이 옅어질까. 그렇지 않다. 오래도록 변치 않은 사랑의 빛깔은 더 깊어지고 더 진해진다.

감독: 추창민
출연: 이순재, 윤소정, 김수미, 송재호
장르: 드라마
등급: 없음 (한국은 15세 이상 관람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새 사랑이 오지 않을까. 아니다.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노년의 사랑은 더 아름답고 더 진실되고 더 애잔하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런 이야기다. 새벽녘에 오토바이를 몰며 우유를 배달하는 성질 괴팍한 노인 만석(이순재)과 하루 종일 모아야 몇 푼 나오지도 않는 폐지를 잔뜩 모아 낡은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송씨(윤소정)의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치매에 단단히 걸린 아내(김수미)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하며 극진히 보살피는 주차관리원 군봉(송재호)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아름다운 영화다. 마치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가운데 노란 가로등이 켜진 겨울날 새벽의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살이 에일 듯 추울 것만 같지만 조용히 내려 앉는 눈송이에 포근함마저 느껴지는 그런 날 같다. 그만큼 만석과 송씨 군봉과 그의 아내가 보여주는 사랑은 가슴 시리지만 한편 한없이 따뜻하다. 그들의 사랑은 관객을 호되게 울린다. 단순히 헤어짐이 아쉽고 떠남이 먹먹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그들보다 세상을 덜 산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깊이와 너비가 너무도 벅차 흘리게 되는 눈물이다.

노년의 네 배우가 펼치는 연기는 보는 이의 말을 잃게 만든다. 밥 숫가락에 순대를 얹는 손길에도 노안 탓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멀찍이 놓고 열쇠 꾸러미를 살피는 눈길에도 그들의 세심한 연기가 보인다. 뒷 짐지고 걸어가는 뒷 모습만으로도 관객의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국보급 배우들이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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