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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205] 꽃 편지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꽃 편지

-오명주


책상 위에 배달된 두툼한 편지 한 통
무심코 봉투를 잘랐더니
갓 마른 벚꽃 꽃잎이 떨어진다.


한. 순. 간.
방안이 아득해 진다. 더 훤해진다.
글자 하나 없는 흰 종이에 가득 담아 보낸 꽃잎
무언無言의 문장들…

기어이 떠나는 나를 배웅해주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2월의 벚꽃나무
하늘하늘 책상 위로 떨어지는 꽃잎에서
퍼져 나오는 메아리, 후끈해지는 방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내 속에,
봄이 쑥 올라온다.

전자메일 아닌, 봉투에 담겨져 온 편지, 따뜻하다. 이 종이 편지를 보내는 마음 하나가 시심이다. 살아 있는 향기다. 인쇄된 여러 가지 꽃그림 중에서 뽑아 이메일로 보내고 받을 수도 있지만, 향기 없는 이 그림 어찌 꽃잎 함께 손 냄새 담긴 생화의 숨소리와 같을 수 있으랴. 재미시인 중 연락할 일 있으면 꽃 편지 보내주는 이 있다. 글씨도 오밀조밀 꽃씨 같다. 각별하다. 공문 이외에는 이메일로 하는 일 없다. 정성들여 쓴 자필에 꼬박 줄기까지 있는 압화(壓花) 한줄기, 때마다 다른 꽃으로 붙여 보내주는 정성, 기억 속 오래 산다. ‘아름다움’ 이란 것도 가려서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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