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한인은행권 무엇이 문제인가 <하>] '아메리칸 비즈니스 뱅크'서 배운다
"전문성·신뢰 '릴레이션 뱅킹'이 부실 대출률 0% 비결"
시간 충분히 두며 장점 소개…고객 예금 평균 130만 달러
불경기와 금융위기로 2008년 중순 8500개에 가까웠던 은행 수는 지난 연말 7700여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은행들이 있다.
LA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메리칸 비즈니스 뱅크'는 그중 하나다. 기업금융에 집중하면서도 지난해 부실률이 0%대를 기록했다. 자산고 10억달러로 새한은행 보다 1.8배 정도 큰 규모다.
이 은행의 도널드 존슨 행장을 만났다.
-모두가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나.
"연매출 2000만달러 이상의 탄탄한 기업들만을 고객으로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담당 직원이 절대 바뀌지 않아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100여년 전부터 있던 전문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뱅킹 서비스 방식을 쓰는 것일 뿐이다."
지난 1998년 설립된 이 은행은 금융위기로 은행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던 지난 3년간 12~21% 외형성장을 이뤄내면서도 2008년 534만달러 2009년 722만달러 2010년 870만달러의 순익을 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자산건전성에 있다. 이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의 부실률(90일 이상 연체 대출과 이자 페이먼트가 이뤄지지 않는 대출의 합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연말 현재 0.3% 수준으로 동급은행 평균 3.68% 보다 크게 낮다. 대출 포트폴리오는 6할이 부동산 담보 대출 4할은 무담보로 이뤄지는 상업용 대출(C&I)이다.
-그런 고객을 어떻게 잡나. 이미 거래은행이 있을테고 좋은 기업은 여러 은행에서 오퍼를 받을텐데.
"시간을 충분히 두면서 목표로 한 고객을 깊숙히 이해하고 우리만의 장점을 소개한다. 언론에 유망한 기업 순위 등이 나오면 일일이 축하 편지를 보낸다. 이런 은행이 있다는 걸 알면 나중에 접근하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큰 고객이 떠날 가능성이 큰 리스크가 되는 건 아닌가. 릴레이션십 뱅킹 서비스는 모든 은행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고객과 어느 정도로 깊숙한 관계를 맺느냐의 문제 아닐까. 은행 설립 초기에는 규모가 작아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 직원들의 전문성이 타행보다 특출나고 오랜 거래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연 6~8개 정도의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정도면 된다. 고객당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큰 고객만을 상대하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적극 맞춰주고 담당 직원이 바뀌지 않으니 보다 깊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균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져 산전수전을 다 겪은 기업들을이 고객이라 경기 등락에 크게 좌우되지도 않는다. 고객은 한 직원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하니 서비스 만족도가 높고 이는 자연스레 깊은 신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체 고객수도 800여 계좌에 불과하다.
-직원이 그만두면 타격이 크지 않나? 고객도 함께 떠날 수 있다.
"직원을 뽑을 때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해 인성을 자세히 본다. 보험과 차량지원부터 401(k) 매칭 50% 연말 보너스 등 다른 생각 않고 열심히 일 할 환경을 만들었다. 13년전 함께 은행을 설립한 원년멤버 17명 모두가 아직도 함께 하고 있다. 모두가 은행의 비전과 그 성과를 믿기 때문이다."
이 은행의 직원은 90명으로 직원 한명당 약 1200만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 직원당 자산규모 600만~800만달러인 다른 은행보다 많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12만달러를 넘는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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